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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Nov 09. 2023

연례행사  소고기 장조림

자탄달의 요리 보고(寶庫)* 1


“엄마, 그런데 올해는 소고기 장조림 언제 해 줘요?”

“올해? 지난번에 해 주지 않았어?”

“이번 해에 들어서 안 해줬어요.”

나물이와 까꿍이의 물음인 듯, 압박인 듯, 요구인 듯한 성토가 이어진다. 아무리 사진첩을 뒤져봐도 장조림을 해 준 기록이 없다. 올 한 해 정말 불량 주부로 살았구나.


   소고기 장조림을 위해 장을 봤다. 월요일에 홈플러스에 갔을 땐, 덩어리로 된 고기가 마땅치 않아 대파와 깐 마늘, 양파 정도만 사 왔더랬다. 결국 마켓컬리로 한우 알사태를 주문한다. 수육용이란 점이 좀 걸리는데, 일단 덩어리가 크고 용량이 적당해서 주문해 봤다.


   화요일 새벽, 고기가 도착했다. 저녁 8시엔 하브독토 줌 모임이 있다. 그전까지 장조림을 완성해야 한다. 퇴근 후, 서둘러 집에 오니, 5시가 좀 넘었다. 알사태 500g을 먼저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옷을 갈아입고, 야채를 꺼내 간단하게 손질한다.


   이날 저녁 메뉴는 고기구이라, 특별히 할 건 없다. 일단 장조림에 집중한다. 30분쯤 지나 핏물이 빠진 고기와 손질한 야채, 통후추를 큰 냄비에 넣는다. 그리고 물을 1,600ml 붓는다. 팔팔 센 불에 끓인다. 끓어오르면, 불순물을 걷어내고 중 약불로 줄여서, 1시간 정도 푹 끓인다.


   그 사이,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는다. 물이 졸아들고 덩어리 고기가 익었으면 고기를 건져서 식힌다. 대파, 양파, 깐 마늘, 통후추도 건져낸다. 깔끔하게 걸러지지 않아 체에 거른다. 그 사이 저녁 먹은 걸 치우고 식힌 고기를 잘게 찢는다. 알사태라 그런가, 힘줄이 꽤 보인다. 수육용이라서 그런지, 쫄깃하면서도 투명한 부분도 군데군데 보이고.



   고기를 잘게 찢었으면,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 맛술, 설탕, 요리당을 조리법에 따라 넣는다. 장조림 조리법은 늘 ‘금별맘 소고기 장조림’을 따른다. 섞어 둔 양념장을 아까 고기 삶은 육수에 넣고 부르르 끓인다. 양념장이 끓어오르면 잘게 찢은 고기, 깐 메추리알을 넣는다.


   어, 왜 이리 달지. 조리법대로 했는데 너무 달다. 간장을 계속 추가해 본다. 여전히 그 콕 찌르는 단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벌써 시간은 7시 30분을 넘어간다. 8시 전엔 끝내야 한다. 꽈리고추도 넣는다. 참기름을 휘휘 둘러 넣는다. 조금 전에 넣은 꽈리고추는 대강 숨만 죽어도 건져낸다. 따로 작은 반찬통에 담는다. 8시가 다 되어 간다.  


   줌에 들어가기 전에, 불을 끈다. 식혀서 그릇에 담아야 한다. 그건 나또 님께 부탁한다. 줌  모임이 끝난 후에 맛을 본다. 음, 여전히 좀 달다. 무려 1년 만에 한 요리인데, 심지어 자신하는 요리 중 하나인데 아쉽다. 게다가 3시간이나 걸려서 만든 요리가 이러면 마음이 좀 그렇다.


   그래도 아이들 입맛에는 딱 맞을 것 같다. 반찬통으로 세 통이나 나왔다. 꽈리고추까지 네 통이다. 한 달은 족히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온 가족이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비록 불량 주부지만, 아주 가끔 야심 차게 선보이는 요리들이 있다. 대부분 대용량인 것이 함정이지만. 그래서 앞으로 이 요리 보고(寶庫) 시리즈는 비정기적으로 연재될 예정이다. 이 사람 글의 대부분은 죄다 먹는 거라고 지치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쩌겠나. 필자가 먹는 것의 진심인 것을-. 부디 양해 부탁드린다.  


*보고(寶庫): 귀중한 물건을 간수해 두는 창고. 귀중한 것이 많이 나거나 간직한 곳을 비유하는 말.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예순여섯번째

#에이뿔

#소고기장조림_메추리알_꽈리고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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