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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Nov 10. 2023

밀키트 같아요, 김치찜

자탄달의 요리 보고(寶庫) 2

김치 소탕 작전이 시작됐다. 발 빠르게 김장을 마치신 어머님과 부목사님 장모님(이자 집사님) 덕분이다. 엄청난 수고와 귀중한 진심이 담긴 것들이니 소중히 먹어야 한다.    


  우리 집 냉장고에 세대교체, 아니 김치통 교체가 시급한 시점이 온 것이다. 쟁여놓는 걸 좋아하는 덕도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에는 760리터 냉장고 달랑 한 대뿐이다. 무언가를 빼야, 저 정성들을 넣을 수 있다.


   빠르게 김치 요리 레시피를 훑어본다. 김치찌개, 김치찜, 김치부침개, 김치 두루치기 등. 분명 무한한 세계일 것 같은데, 해볼 만한 건 서너 개뿐이다. 김치찜과 김치부침개, 김치와 곁들여 먹을 고기구이 정도로 합의를 보고, 장을 본다.  


   월요일은 김치찌개였다. 강화도에서 가져온 쌀까지 어우러져 환상의 밥상을 이뤄냈다. 화요일은 고기구이와 김치였다. 왜냐면 줌모임에다가 장조림까지 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돼지갈비 김치찜은 수요일 당첨이다.


   퇴근길, 마음이 급했다. 하필 이날 줌으로 연수가 있었다. 4시 30분에 연수가 끝난다. 참고로 계약서상 나의 퇴근 시간은 3시 50분이다. 어쨌든 연수가 끝나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집에 도착하니 5시 10분. 나물이가 시범단 수업에 가는 시간이 6시 56분. 어쨌든 시간이 빠듯하다.


   쌀을 씻어서 밥솥에 안친다. 갈빗대가 길게 붙고, 살이 매우 두툼한 수육용 돼지갈비를 꺼낸다. 냄비를 달군다. 달군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고기를 넣는다. 히말라야 소금을 갈아서 뿌린다. 후추도 통후추를 갈아서 넣고 싶은데 아이들이 싫어한다. 오뚜기 순후추를 솔솔 뿌린다.


   겉면을 노르스름하게 익힌다. 한쪽 냄비엔 다시팩을 넣어 육수를 우린다. 김치도 미리 꺼내 둔다. 앞, 뒤, 옆 골고루 고기 겉면이 익으면, 육수를 붓는다. 묵은 김치도 넣는다. 미리 썰어두었던 어슷하게 썬 대파도 넣는다. 김칫국물도 모두 털어 넣었다. 양념은 참치액과 설탕 정도만 넣는다. 원래 조리법에는 고춧가루가 있지만, 아이들 입맛을 고려해서 패스다.


   그렇게 푹 50분 정도를 끓인다. 이 조리법은 유튜버 마카롱 여사님의 김치찜 조리법인데, 원래는 중불에 졸이라고 하셨다. 다만, 우리 집은 가스레인지도 아니고, 인덕션도 아닌 하이라이트(전기레인지)인지라 9단계에 맞춰놓고 뚜껑을 덮어 둔다. 그러면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면서 대강 중불 느낌이 난다.


   밥이 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김치찜 간을 본다. 음, 설탕 약간과 참치액을 추가한다. 신맛도 살짝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식초도 조금 넣는다. 계속 푹 끓인다. 종종 다진 파를 준비한다. 고기도 잘 익었으면, 다진 파를 넣고, 참기름을 휘휘 두른 후 한소끔 더 끓인다.


   나또 님을 기다릴 순 없다. 시간이 촉박하다. 시간은 어느덧 6시 15분을 넘어간다. 나물이와 까꿍이를 밥상 앞으로 부른다. 밥을 떠 주고, 김치찜을 덜어서 잘 먹을 수 있도록 잘게 잘라준다. 서둘러 기도하고 밥을 먹인다. 살짝 맵다는 평이 있어, 김치 씻을 물도 대령한다. 오늘의 반찬은 김치찜과 김뿐이다.


   먹는 내내 나물이도 까꿍이도 엄청 맛있단다. 나물이가 그런다. “엄마, 이거 밀키트 김치찜 같아요. 정말 맛있어요. “ 그게 칭찬이 맞는지 물으니, 당연히 칭찬이란다. 돈 받고 팔 만큼 맛있는 거란 뜻이라나.


   뒤늦게 합류한 나또 님도 엄청 맛있게 잘 먹는다. 김치 요리 뭐 할까 고민했을 때, 김치찜을 해 달라고 요청하셨던 분이기도 하다. 거대한 뼈를 살뜰히 발라서 잘도 드신다. 두 컵의 쌀로 밥을 하면, 늘 애매하게 밥이 남곤 했다. 이날은 온 가족이 그것도 다 먹고, 심지어 즉석밥도 하나 돌려서 나또 님이 드셨다.


   어쨌든 이날의 김치 소탕 작전은 성공이었다. 김치찜은 거의 처음 해 본 것이라, 걱정했는데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라니, 조만간 또 해야겠단 생각마저 든다. 일단, 이 조리법의 포인트는 고기 선정이다. 갈빗대가 길게 붙어 있는 수육용 고기, 돼지갈비 부위를 살 것! 그리고 적당히 익은 김치나 묵은 김치가 있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 김치찜 완성이다.


   김장철이다. 냉장고가 좁은가? 김치찜에 도전해 보자!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예순일곱번째

#에이뿔  

#돼지갈비김치찜_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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