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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Nov 11. 2023

잔기지떡이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그놈의 떡이 문제였다. 애초에 나는 왜 먹지도 못하는 떡을 주문하고 있었을까. 그 떡을 왜 혼자 여기저기 나르고 다녔을까. 한낱 한국어 수업 따위나 하는 중이면서, 떡을 접시에 담아 고이 보내드리지 못했을까.


   갑자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분명 내 업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가산점인데, 누가 받는지를 볼 수 있는 열람 권한이 없어서일까. 온갖 잡다한 일만 하는 스스로가 짜증 나서였을까. 아슬아슬하게 꼴깍거리던 둑의 물이 터져 나오듯 그렇게 울어댔다.


   그렇다. 그깟 잔기지떡 하나 때문에 울었다. 잔기지떡이 뭐라고. 잔망스럽고 자질구레한 것 때문에 목 놓아 울어대는 내가 짠했다.


   이 사회의 잣대로 보자면, 울어대는 나는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화하여 가는 인간, 아니 인간 이하의 존재였다. 그저 입력한 대로 도출하기만 하면 되는 사회 속에서, ‘1+1=2’를 맞추기 위해, 다른 이가 2를 가지면 나는 0을 갖거나 마이너스를 갖는 것에 순응하지 못하는 그런 물질이었다.  


   그런데 로완 윌리암스가 이 책에서 지적하듯 우리의 의식이나 인격은 우릴 그런 존재로 내버려 두질 않는다. 몸・마음・생각으로 대변되는 육체적, 영적, 정신적 특징을 지닌 인간은 한낱 그런 물질이 아니라 말한다. 우리는 애초에 하나님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인간의 의식은 태초부터 하나님을 알고, 그분과 관계를 맺고 교제하도록 지은 바 되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인간 사이에도 이루어진다. 서로가 서로를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인격적인 존재로, 단순히 규격화되거나 개체화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다른 이와의 경쟁 속에서, 도태되어 가는 이들을 제치고 진화의 최정상에 올라서야 하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식물이든 동물이든 타인이든, 누군가를 정복하고 굴복시켜야 하고, 파괴해야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란 뜻이다.


   인간은 하나님과 교제하며, 그분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또한 다른 이들과의 인격적 관계 맺음을 통해 그들의 좋은 환경이 되어주는 그런 삶을 살아내야 하는 존재다. 이 세상의 수식처럼 1+1=2란 수식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닌, 1+1=2+@가 되어,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이뤄가는 인격적 자아를 지닌 존재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바에 의하면, 나는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한낱 떡과 같은 존재로 전락했기에, 저 눈물은 당연한 결과였다. 퉁퉁 부은 눈을 비벼가며, 오늘 아침 하브독토 C조 모임에 열중했던 건, 그날의 아픔을 치유받는 시간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쩌면 로완 윌리암스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간관계는,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은 하브루타 그 자체였을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환경이 되어주는 존재, 좋은 질문으로 서로의 생각과 삶을 가꿔주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하베르로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이니 말이다.


   급체하여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도, 응급실에 다녀와서 지쳐있으면서도, 하브루타 모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애초에 우리를 창조하신 이가 의도한 대로 ‘나다움’을 인정받는 자리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로완 윌리암스의 책은 어렵다. 번역가에게 항의 메일을 써 보고 싶은 충동이 종종 일어난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건, 내가 한낱 떡 같은 존재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예순여덟번째

#에이뿔

#하브루타독서토론

#인간이된다는것_로완윌리암스

#3단원까지_몰아쓰는_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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