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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Nov 25. 2023

토요일은 쉽니다


토요일 나의 루틴은 대체로 이렇다. 9시와 10시 사이쯤에 일어난다. 가끔 더 늦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어쨌든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계속 알람을 끄고 잔다.


   일어나서도 침대 밖으로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날이 추워지면 더더욱 그렇다. 전기장판의 온기가 감도는 침대에 콕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건, 아이들 밥 때문이다. 주말엔 늘 간편식의 향연이다. 아이들이 평소 먹고 싶었던 것을 배달시켜주기도 한다. 점심은 간단하게 가 목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빨래 시작이다. 거실에 놓인 빨래건조대에 수거해야 할 옷이 없으면 참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널려있는 빨래를 걷어서 개야 한다. 오늘은 없다.


   수건부터 돌리기 시작한다. 점심 먹은 것을 치운다. 쓰레기통을 살피고, 비운다. 쓰레기 버리러 잠깐 나갔다 왔는데 너무 춥다. 역시 집이 최고다.


   수건이 다 돌아갔다. 일단 건조대에 넌다. 다음은 흰색 빨래다. 소재를 확인하고 온수와 냉수를 섞어서 세탁기를 작동시킨다.


   그렇게 빨래를 돌리고 낮잠모드에 들어간다. 일주일 중에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나물이는 지난번 대회에서 태권도장이 종합우승을 했다고 파티를 한단다. 하여 진즉부터 나갔다. 점심도 거기서 해결 중이다. 까꿍이는 밥을 먹고 친구들 줄 선물을 포장하는 중이다. 엄마는 좀 잘게.


   많게는 두 시간, 적게는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난다. 딱 빨래가 다 되었다. 나물이는 학예회 준비로 친구들과 연습실에 간단다. 까꿍이는 뽀스락대고 간식을 먹으며 유튜브를 본다. 나는 일어나서 빨래를 넌다.


   마지막으로 검은 빨래다. 검은 빨래는 무조건 찬물로만 빨아야 한다. 세팅을 해 놓고, 해야 할 일을 한다. 당장 월요일에 리뷰를 써야 할 대본집 읽기, 오늘 읽어야 할 성경 읽기, 과제 책 읽기 등등.


   그러고 나면 저녁 시간이다. 나또 님은 역시나 예상대로 못 들어온단다. 나물이도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루 종일 언니가 없어서 우울했던 까꿍이에게 먹고 싶은 걸 묻는다. 저녁 메뉴는 까꿍이의 선택으로 정해졌다.


   나물이가 돌아왔다. 나물이와 까꿍이 저녁을 먹인다. 설거지를 한다. 검은 빨래를 넌다. 양말 널기는 늘 아이들 몫으로 남겨둔다. 모든 정리가 끝나면, 오늘의 글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렇게 쉰다, 토요일에는.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면서 말이다. 특히 낮잠은 필수고. 어이없지만, 몇 주간 아이가 아프거나 내가 아프거나, 혹은 일정이 있어서 토요일에 루틴대로 쉬지 못했다. 아마도 그랬더니 병이 난 건가 싶다. 오랜만에 토요일다운(?) 토요일은 보내니, 참 좋다.


   내일은 주일이다. 주일은 또 나름 바쁘다. 게다가 내일은 ‘댄스로 나르샤’ 친구들이 드디어 공연하는 날이다. 공연에 가야 한다. 그러니 서둘러 잠자리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정말 어쩜 이리 불량스러운 하루를 보내시냐고 손가락질하셔도 어쩔 수 없다. 토요일 하루를 이렇게 완전한 off모드로 지내지 않으면 힘든 걸 어쩌나. 오랜만에 토요일 off모드에 들어가니 살 것 같은 것을. 여러분, 저는 무조건 토요일은 쉽니다.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여든두번째

#D라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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