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그렇게 쿠키를 내민다

‘쿠키 두 개’를 읽고

by 자전거 탄 달팽이


아작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가슴이 또 한 번 덜컹거렸다. 아! 금방이라도 터져 나오려는 탄식을 어금니 사이로 짓씹었다.


대학교 시절 과제로, 다른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관찰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짧은 소설을 한 편 썼던 적이 있다. 그때 주인공은 사람들의 손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떠한 성격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유추하곤 했다. 소설의 끝부분엔 결국 동우가 동우인지, 영덕인지, 아니면 동우라는 인물은 영덕이 꿈속에서 만들어 낸 인물인지 모르게 끝이 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엄마가 운영하는 수제 쿠키 전문점에서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아닌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게 이름은 ‘쿠키 한 개’. 어느 날 꿈속에서 봤던 손을 가진 남자아이가 쿠키 한 개에 손님으로 온다. 하얗고 길며 거스러미가 일어난 손가락은 지닌 아이가 말이다. 아이는 언제나 쿠키 두 개를 사서 사라진다.


주인공인 ‘나’는 쿠키 가게에서 일하면서, 쿠키 두 개를 사고 싶지만, 돈이 모자란 꼬마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물론 잠시 후, 꼬마의 엄마로 인해 주인공의 마음과 꼬마가 선물 받은 최고의 하루는 바스러져 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끝나고 교실에서 마주한 나와 남자아이. 남자아이는 전학생으로 나의 세계로 왔고, 나의 가방에 든 쿠키 두 개는 이제 나와 남자아이와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쿠키의 참맛을 아는 한 사람이니-.


이 소설에서 나오는 쿠키는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엄마는 주인공에게 반 아이들과 나눠 먹으라며 나에게 쿠키를 잔뜩 챙겨준다. 하지만 그걸 받은 반 아이들의 반응은 주인공 엄마와 주인공의 기대와는 달랐다. 마치 자기들에게 팔다 남은 쿠키를 버린다며 비아냥거렸다.


꼬마 아이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은 꼬마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쿠키 한 개라는 작은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끝내 바스러져 부스러기가 되어 버려지고 만다. 주인공의 마음은 꼬마 아이 엄마의 말 한마디에 힘없이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아주 달콤한 쿠키는 아닐지언정, 오히려 쌉싸름한 맛과 향이 도드라지는 말차쿠키일지라도 그 맛을 제대로 알아주는 남자아이와 주인공이 마주했을 때, 비로소 쿠키 두 개는 부스러기가 아닌 온전한 쿠키가 되었다.


최근 나의 마음도 버려진 쿠키 조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진 못해도 그저 한입 베어 문 달콤한 쿠키 한 조각 같은 날을 만들어주고 싶을 뿐이었는데, 내가 그들에게 내민 쿠키들은 언제나 산산이 바스러져 밟히고 말았다. 바스러지고 바스러져 가루처럼 흩날리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 쿠키의 참맛을 알아주고 주인공의 소중한 쿠키 두 개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난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건 또 다른 꿈처럼 환상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소설 속 이야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다시 그들에게 쿠키를 내밀어 본다. 이미 바스러진 쿠키 조각은 훌훌 털어버리고, 오늘도 나는 그렇게 쿠키를 내민다.

“쿠키 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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