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을 읽고 나서
처음 ‘스파클’이란 책을 접했을 때, 매우 청량하고 풋풋한 느낌의 내용을 상상했었다. 더운 여름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탄산수처럼 톡 쏘면서도 달콤하고 쌉싸름한 풋사랑을 다룬 느낌이랄까?!
막상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다소 당황스러웠다. 처음부터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이 나오니 마냥 가볍게만 읽을 책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수포자(?)의 길을 걷게 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중간중간 나오는 수학 용어는 더욱더 그랬다.
그렇게 후루룩 한 번 읽고, 덮어둔 어느 날, 우리 반 수학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우리 반 아이들의 카드를 전해주셨다. 스승의 날이라서 수학 관련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더니, 대부분 담임 선생님께 썼다며 전해주신 것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수학적 기호를 읽으니, 소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유리는 어렸을 적 사고로 인해 각막이식을 받은 친구다. 그리고 그 사고로 유리네 가족은 깨어진 설탕병처럼 산산조각 났다. 동생은 그 사고로 인해 현재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다. 파일럿이었던 아버지는 동생을 돌보느라 무급휴직 중이고,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는 어머니는 여전히 일을 하는 중이지만, 그 두 분은 결국 이혼했다.
유리는 동생을 고치는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정확히는 아버지-의 압박 아닌 압박에 의대 준비를 하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부터 각막이식을 받은 눈앞에 눈(눈) 결정이 보이고, 유리는 문득 자신에게 각막이식해 준 사람이 자신이 풀어내야만 하는 문제 속 미지수 x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유리가 미지수 x가 포함된 자신만의 문제를 풀어나가며 소설은 흘러가게 된다.
결국 유리는 수학 문제를 풀 듯, 차근차근 x의 흔적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또래 친구인 시온을 만난다. 사실 유리가 찾아간 건, 자신에게 각막이식하고 하늘나라로 간 이영준의 흔적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본인도 위험한 상황에 빠졌던 사고지만,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기만 버려뒀다는 할머니에 대한 원망, 꾸역꾸역 부모님의 압박으로 의대 준비반에서 공부해야만 하는 답답함. 이런 수많은 감정이 단단하게 얼어붙어 만들어 낸 눈(눈) 결정이 계속해서 유리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유리의 시야를 뿌옇게 흐렸다.
유리는 그렇게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난제이자, 미지수였던 x값인 이영준의 존재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여정에 함께하는 친구인 시온도 만났다. 엉키고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자신의 감정도 풀어냈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도 찾았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뾰족하게 자신을 찔러대는 것만 같던 눈앞에 눈(눈) 결정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최근 아이들의 마음이 꼭 수학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풀어낼 수도 없고, 수포자였던 지난날처럼 그저 외면해 버리고 싶어졌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과 마주할 때면, 때론 눈앞을 뿌옇게 흐리면서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유리처럼 단단해진 눈(눈) 결정에 찔려 신음하기도 한다.
“난 이제 x값보다 그것을 구하려는 마음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x의 경우를 생각해 보고, x와 거리를 좁혀 보고, x로 기울여 보는 거.”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풀리지 않는 x와 거리를 두고 답답해만 하는 내가 되지 않기를. 애초부터 그것에 다가가려 하고 구하려는 마음이 먼저이기를.
그러면 그제야 비로소 보이지 않을까. 유리 옆에 있던 그저 그런 학원 강사였던 사람의 이름이 이영민이었던 것처럼, 어쩌면 유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존재인 이영준의 형일지로 모른다는 사실이 보이듯, 아이들의 마음도 그렇게 보이는 날이, 아니 스르르 풀리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반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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