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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Aug 26. 2021

이름 부르기에 진심인 편이라

이름이 뭐예요?

한국어 강의 첫 시간은 보통 수강생들 이름 확인으로 시작한다. 출석부에는 영어로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게 나라마다 읽는 방식이 좀 다르다.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읽는 법을 적어둔다.


   출석은 매우 중요하므로 이 작업이 꼭 필요하다. 특히 특정 나라나 언어권이 몰린 경우, 같은 이름이 여러 개이거나, 이름이 비슷해서 꼭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다문화 센터에서 일할 때, 수강생이 다른 사람 이름에 계속 대답해서, 출석부를 다시 작성한 적이 있었다.


   성인 학습자의 경우 그나마 이 과정이 순조롭다. 초급 1반이라 하더라도 보통 본국에서 토픽(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치르는 한국어 능력 시험.) 1급은 통과하고 오기에 이름 확인이 수월한 편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학습자의 경우가 문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모국어 글자도 모르고 영어도 모르니, 학년, 반, 번호를 확인해, 이름을 다시 한번 챙겨두어야 한다. 학년, 반, 번호도 모르는 아이들의 경우 ‘이름이 뭐예요?’ 정도는 아이의 모국어로 물어볼 줄 알아야 한다. 게다가 같은 이름도 많아 꼼꼼한 확인은 필수다.


   주로 모슬렘 친구들을 가르칠 때 자주 등장하는 이름은 무함마드였다. 다들 이름이 매우 긴데, 아이마다 불러주길 원하는 이름이 있었다. 이름에 모두 알리 무함마드 유수프가 들어가도, 무함마드, 무함맛유습, 모하메드, 무하마드, 유수프 등으로 다르게 불러주길 원했다. 그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는 게 어려웠다.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는 친구들은 이름이 똑같은 경우가 많다. 이 문화권은 여자 이름, 남자 이름이 정해져 있는데, 그 이름 중에 골라서 아이에게 지어준단다. 한 반에 빅토리아 3명, 비올레타 2명, 예브게니 3명, 블라디슬라브가 3명이다.


   고려인 3, 4세라 한국식 성이 있으면, 성을 붙여 부르는데, 성까지 같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 어떤 아이는 블라디, 어떤 아이는 슬라브라 부르기로 약속한다. 본인들이 정해 오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한 명은 빅토리아, 한 명은 비카라고 줄여 불러 구분하기도 한다.


   러시아어권 학생들을 맡은 지, 꽤 되어, 웬만한 이름은 이제 금방 읽어낸다. 복병이 나타났다. ‘TIAN SVETLANA’. 아무리 봐도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앞에 성은 빼고 이름만이라도 불러보려는데 망설여진다.


   아이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어봐도 못 알아듣는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눈치다. 주위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만, ‘SVETLANA’ 요.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래, 그게 뭐냔 말이지.


   다문화 언어 강사님께 한자, 한자, 천천히 발음해달라고 했다. 선생님의 발음을 들으니, 대강 이렇게 들린다. ‘스베틀라나’. 아이의 이름을 부르니, 반응한다. 휴, 살았다.




   이름이 독특해서 어렸을 적, 놀림도 많이 당하고, 자꾸 되묻는 경우가 많아, 이름 부르기에 진심인 편이다. 아이들의 이름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진심을 담아 불러주고 싶다. 그게 라온 한국어, 한국밖에 한국어 학급, 첫 마음이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름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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