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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Aug 31. 2021

도미노인줄 알았는데

라마단이라고?!

처음엔 도미노인 줄 알았다. 아이들이 자꾸만 책상 위로 쓰러졌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빙고 게임을 해도, 고피쉬 게임 카드를 꺼내 들어도 잠시뿐, 아이들은 도미노처럼 자꾸만 쓰러져갔다. 점점 멀어져 가는 것도 아니고, 점점 쓰러져가는 아이들 앞에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6월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어 학급은 보통 4월부터 시작되는데, 그해 우리는 모두 한국어 학급 처음이었다. 처음이었던 우리는 그럭저럭 4월과 5월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도 단계별로 나누어 분반하고, 수업도 자리 잡아가는 중이었다. 1학기가 끝날 무렵, 복급평가를 통해 몇몇 아이들을 원적학급(: 아이들이 원래 속해있는 학급. 예를 들어 1학년 1, 1학년 2 )으로 보내리라는 야무진 꿈마저 꾸고 있을  벌어진 일이었다.   


   하루하루 아이들이 도미노가 되는 날이 많아질 무렵이었다. 강사들끼리 모여 고민을 나누는데, 중동에서 살다 오신 옆 반 선생님이 그러신다.


어머, 라마단인가 봐요!


   그랬다. 말로만 듣던, 모슬렘들의 라마단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맡은 반은 한국어 수준이 가장 높은 아이들이 모인 반이었다. 자연스레 아이들 나이나 학년도 높은 편이었다. 금식하는 아이들도 꽤 섞여 있던 것이었다.


   처음엔 낮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탈수로 쓰러진 아이가 시작이었다. 아침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파서 쓰러지는 아이, 부모님과 새벽까지 라마단을 지내다가 늦게 잠든 아이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은 쓰러졌다. 사실 이유는 단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라마단이어서.

라마단 기간 내내, 도미노마냥 쓰러지는 아이들.


   이유를 알아도 뾰족한 수가 나진 않았다. 금식하는 아이에겐 탈수가 오지 않게 물이라도 마시게 하는 정도, 아직 금식하는 나이가 아닌 아이들에겐 쉬는 시간에 간식을 주는 정도였다. 복급을 향한 야무진 꿈은 잠시 접어둔 채, 아이들의 컨디션에 맞추어 수업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복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했다. 더 진도를 나가는 건 무리였다. 쓰러진 아이를 하나 일으켜 놓으면, 다른 아이가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진 아이들을 모두 깨워서 세워놓으면 또 스르르 넘어지곤 했다. 누군가 공들여 세워 놓은 탑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그해 라마단은 5월 말에서 6월 말이었고, 한국어 학급의 1학기는 4월 중순에서 7월 초였다. 학교 공사로 인해 아이들의 여름 방학은 길었고, 우리에게 주어진 1학기는 짧았다. 계속 쓰러지는 도미노를 세우는 기분으로 보냈던 그 1학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냈어야 했을까.


   사실 아직도 그 답을 명확히 내리지는 못하겠다. 다만, 특정 종교의 아이들이 모인 학교인 만큼, 조금은 유연하게 한국어 학급 일정을 조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다만 우린 모두 처음이었고, 처음을 견뎌내느라 모두가 힘들었을 뿐이었다고. 그래, 딱 그 정도 어리숙함과 힘듦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라마단과 한국어 학급의 일정은 아쉽게도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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