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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Jan 25. 2022

모든 것을 폭 덮는 깻잎장아찌의 마법

종종 남편을 통해 성도님들이나 사모님들이 보내주신 귀한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직접 기른 상추나 채소, 정성 들여 담근 김치, 깍두기, 고추장, 푹 고아서 보내주신 추어탕 등. 그런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을 때마다 참 황송한 마음으로 수저를 들곤 한다. 식사 기도와 함께 보내주신 손길에 대한 기도도 잊지 않는다.


   얼마 전, 부목사님 사모님께서 보내주신 깻잎장아찌를 받았다. 친정어머님이 직접 농사지은 깻잎으로 만드신 장아찌란다. 원래 깻잎을 좋아하는 나는 받자마자 그날 저녁 식탁에 반찬으로 내놓았다. 우리 아이들도 나를 닮아서 그런지 양념이 적은 부분은 밥에다 척척 얹어 맛있게 먹곤 한다.


   갓 지은 밥 위에 깻잎장아찌를 살포시 얹었다. 깻잎으로 밥을 돌돌 말아 입 안에 밀어 넣어본다. 씹을수록 밥의 구수함과 깻잎장아찌의 새콤하면서도 달큼함, 짭조름한 맛이 입 안 가득 맴돈다. 잘못 절여져 쓴 맛에 이를 정도의 시큼함이 아닌, 입맛을 돋우는 적절한 새콤함이 자꾸 밥으로 손이 가게 한다.


   입 안 가득 수많은 맛이 맴돌 듯, 이 얇고 작은 깻잎 한 장에 깃든 수많은 수고와 정성과 노력이 머리를 스친다. 깻잎 농사를 짓기까지의 수백 번의 손길이 깻잎 한 장에 닿았겠지, 양념장을 만드는 수고는 또 어떻고. 그 양념장을 깻잎 한 장 한 장에 바르는 정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말이다.


   누군가에 입 안에서, 따스한 밥 위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 찰나를 위해 들이는 공과 품이 어마어마한 깻잎장아찌를 마주하며, 아직은 많이 부족한 나의 글들을 톺아본다.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고, 쓰고 싶은 글은 어쩌면 깻잎장아찌 같은 글일지도 모르겠다. 무수히 많은 노력이 들었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그저 모든 것들을 넉넉히 감싸 안을 수 있는 그런 글.


   다만, 깻잎 한 장에 든 정성과 노력만큼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단어와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담아냈는지 생각해본다. 삐죽 솟아난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어 지나치게 쓰지는 않았는지, 덜어내지 못하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어 너무 달거나 짜지는 않았는지.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고, 마음을 톺아보는데 부족함은 없었는지 말이다.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 인지라 글에서 어딘지 모르게 설익은 깻잎장아찌 맛이 난다. 흰쌀밥을 폭 뒤덮었던 포근한 깻잎장아찌 같은 글맛을 내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른다. 눈을 감고 조용히 단어들을, 문장들을, 그 사이사이에 들어간 생각들을 톺아본다. 모든 것을 폭 덮는 마법 같은 깻잎장아찌가 되기 위해, 그런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눈을 감아본다. 아직은 덜 익었지만, 언젠가 익어갈 글과 삶을 바라며.      

소량으로 판매도 하시는 거 같은데 그 귀한걸 나눠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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