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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Sep 05. 2023

쓰지 않으니 쓴 사람이 되었다

100일의 글쓰기 시즌2

쓰지 않으니 쓴 사람이 되었다. 내가 글을 쓴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글을 썼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한동안 매일매일 글을 썼던 것 같은데 도저히 그 감각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난 정말 쓰는 사람이었을까. 그저 쓴 사람은 아니었을까.


   바빴고 지쳤고 힘들었다. 새로운 것들이 나를 향해 마구 달려들었다. 안온함을 추구하는 나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이름과 업무는 그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분명 힘든데 살은 차올랐고, 체력은 바닥이 되었다.


   방학이 되면 조금 나아질까 싶었다. 방학 때는 방학 때의 일들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생겼다. 달력 위엔 빼곡하게 체험학습 계획과 다양한 업무들이 들어찼다. 개학한 지 3주 정도 되었지만, 꼭 두 달은 지난 기분이다.


   그렇게 내 안에는 살과 함께 쓰디쓴 무언가도 가득 차 오르기 시작했다. 뱉어내고, 풀어내고, 써내려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채, 그득그득 찬 그것들은 내 안에서 결국 독으로 똬리를 틀고 말았다. 쓰디쓴 독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독들은 문득문득 흘러나와 나를 쓴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독은 점점 나를 물들였다. 쓴 사람을 넘어, 독한 사람이 되어갔다. 어떻게든 이 독을 풀고 싶었다. 우연히 쓰고뱉다 분들과 함께하는 100일의 글쓰기 도전 소식을 듣게 되었고, 동참하게 되었다. 어쩌면 1학기보다 더 바쁜 2학기가 되겠지만, 더는 독을 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쓰려고 한다. 내 안에 움튼 독에 잠식당하지 않으려 써야겠다.


   쓰지 않으니 쓴 사람이 되었다. 독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다시,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쓰고 풀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독이 아닌 글을 짓고 따스한 온기 한 조각을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다시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나는 이렇게 또 쓴다. 독을 품지 않기 위해, 독을 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그 독에 잠식당하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해.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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