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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Sep 20. 2023

시간을 돈으로 사는 법

가끔 나는 시간을 돈으로 사곤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 어디서 약을 팔아-, 헛소리는…….’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다만 얼마간의 제약, 그리고 주의 사항이 있다. 시간을 돈으로 사고 싶은가? 일단 지금부터 그 비법을 살펴보자. 아, 먼저 주의 사항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하나,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구입할 수 없다. 그게 뭐냐고 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무려 시간을 돈으로 사는 일이다. 그 엄청난 일에 얼마간의 제약은 피할 수 없는 일. 본인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살 수는 없지만, 어쨌든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으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둘, 금액은 때에 따라 다르다. 시간이란 것이 값을 매기기 어려워서 그런지, 때에 따라 다르다. 겨울철 횟집에 걸려있는 메뉴판 마냥. ‘방어회: 시가(時價)’처럼 말이다. 꼭 시간이 많다고 비싼 것도 아니고, 적다고 마냥 저렴한 것도 아니다. 정말 그때그때 다르다. 심지어 나는 늘 남들의 두 배 가격을 치르기도 한다.


   셋, 선착순 매진이라, 알람 설정은 필수다. 그렇다.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 뭐 하나 쉽지 않다. 자칫하다 매진되어 구매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반드시 해당 내용에 대한 알람 설정은 필수다. 평소 쓸데없는 알람이 몰아닥칠지라도 참자. 그렇지 않으면 매진되어 나도 너도, 우리도 모두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밖에 주의 사항이 많지만, 더 이야기하면 화낼 수도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자.


   사실 지난 토요일에도 나는 돈 주고 시간을 샀다. 비법은 나물이와 까꿍이의 태권도 학원에 있다. 코로나 이전, 태권도 학원이 보육원을 방불케 한다는 이야기는 듣기 했지만, 체감할 수는 없었다. 막상 나물이를 태권도에 보내보니, 단박에 이해가 됐다. 태권도 학원은 방학마다 그리고 대부분의 토요일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곤 한다.


   지난주 토요일은 내가 여태까지 산 시간 중에 제일 저렴했다. 물론 대상자가 나물이와 까꿍이 둘이다 보니, 늘 남들 2배의 돈을 내지만. 어쨌든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미꾸라지잡이 대소동’이란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참가비는 1인에 1만 원씩, 2만 원을 내고 약 2시간 30분의 시간을 샀다. 아이들이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어, 앞뒤로 약 15분씩 추가다.


   이전까지 참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딸기농장 체험, 서울랜드 방문, 치즈 만들기 체험 등등. 외부 체험의 경우 버스 임차비까지 있어 꽤 비쌌다. 보통 5만 원 정도. 우린 나물이, 까꿍이 두 명이니 10만 원. 하지만 10만 원으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시간을 사는 값이니 꽤 만족했다.


   돈 주고 시간을 샀지만, 늘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하루 종일 침대와 혼연일체가 된 시간이 많았다. 물론, 아주 가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잠깐 만나기도 하고, 쇼핑도 하는 등의 시간도 보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가끔 시간을 돈 주고 산다. 사실 그 이전부터 아이들을 태권도 학원에 보내야 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서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아주 복잡한 필요충분조건들이 얽혀있지만, 그렇게 시간을 사곤 한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사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돈 주고 샀던, 그냥 무심히 주어졌든, 그 시간을 천금보다 귀하게 사용하는 다 각자의 몫이니 말이다. 시간을 살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젠 그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내가 돈을 들인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렇게 매일을 산다면, 우린 누구보다 저렴하게 시간을 사서, 누구보다 값지게 시간을 쓰고 있을 것이다.


   오늘 당신은 얼마를 주고 시간을 샀는가? 아니 얼마만큼의 값어치로 시간을 보냈는가?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열여섯번째

#Ah-choo(아주)_잘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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