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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Sep 27. 2023

Ah-choo(아주) 잘 쓰조!

진짜 잘 쓰죠?!

이윽고 줌이 열리고, 칭찬 세례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합평을 통한 은혜가 강물처럼 밀려왔다. 아, 그래 잊고 있던 감각들이다. 그 감각들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Ah-choo(아주) 잘 쓰조의 합평은 시작되었다.


   먼저 19기 주연님의 글로 포문을 열었다. 늘 봤던 주연님의 글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목소리였다. 그 음성으로 듣는 ‘엄마의 말씀 수첩’은 정말이지 지친 내 영혼 기대 쉴 곳은 바로 여기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작은 일상에 담겨있는 깊은 묵상이 글 전체에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100일의 글쓰기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은 다 주연님 덕분이기도 하다. 100일의 글쓰기 시즌2 회장님이신 초바란님과 주연님의 도전이 온 쓰뱉러들을 뒤덮은 덕분이니 말이다. 주연님은 스스로를 이제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제일 훌륭한 과외 선생님은 이제 막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니깐. 이제 막 숙성반을 졸업하신 주연님이야말로 최고의 글력을 갖추고 있으신 것이다.


   이어진 신곡님의 글. 아니, 빨래를 개면서 본 영화 리뷰를 이렇게나 완벽하게 쓰실 수 있나? 이게 바로 ‘리뷰의 정석이다’를 외치는 신곡님의 글을 보며 나는 한없이 초조해졌다. 그날 써서 올려야 하는 드라마 대본이 신곡님이 본 영화와 비슷한 주제라 더 그랬다. 이보다 더 잘 쓸 수 없음은 물론이요, 아예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글이랄까;;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읽어도 영화의 내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으면서, 그 안에 담긴 사유와 이야기가 우물보다 깊은 그 글을 마주하니, ‘아, 이래서 우리가 합평을 했었지,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했던 거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신곡님의 글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내 글도 손가락 한 마디쯤은 자랐을지도 모르겠다.  


   두구두구 기다리던 빼담님의 차례. 늘 읽으면서 궁금했던 빼담님 글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문득 그 생각이 났다. 예전에 신경림 시인이 본인의 시가 수능에 나와서 수능 문제를 풀었다가 다 틀렸다고 한다. 내가 쓴 댓글을 보며, 빼담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진 않았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빼담님은 읽는 이의 자유로운 해석도 존중한다고 하셨다. 이미 ‘빼어서 담아낸 글’이니, 읽는 이마다 다르게 받아들여도 상관없다고. 오히려 그 다채로운 해석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이다.


   어쨌든 실제 작가에게 듣는 해석이라니, 엄청 신선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빼담 님을 알게 되니, 앞으로 그분의 글을 읽을 때, 조금은 작가의 의도대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기롭게 도전했고, 정말이지 하루하루 버거워하면서 100일의 글쓰기를 겨우 이어가는 내 차례가 되었다. 어마어마한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최근 들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던 터라,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살짝 많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힘이 났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하나 보다.


   수술 후 회복 중이신 미숲님, 선약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함께하지 못한 마임님과는 합평을 통해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 여전히 서로를 응원해 주고 기도해 주며, 글쓰기의 여정을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힘이 나고 감사했다.


   이제 100일의 여정 중 4분의 1이 지나가려고 한다. 시즌 2에서는 벌써 4분의 1이지만, 우린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갈 사람들이니, 그 기나긴 여정에 아주 잠깐 스치는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잠깐이지만 그 찰나가 평생을 끌어갈 동력이 될, 그런 만남들. 그 만남 안에서 함께 할 수 있어 하무뭇했다.*


   우리 조 이름이 왜 Ah-Choo(아주) 잘 쓰조인지 물으신다면, 대답을 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12기 미:숲, 13기 신곡, 15기 마임, 15기 빼담, 19기 주연님의 글을 보시라! 두둥.  


*하무뭇하다: 매우 하뭇하다. 매우 마음에 흡족하여 만족스럽다.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스물세번째

#Ah-choo(아주)_잘쓰조

#합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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