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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Sep 29. 2023

오징어 전 도전기


턱관절이 좋지 않다. 껌이나 오징어 같은 종류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때론 상추쌈이나 깻잎쌈조차도 버거울 때가 있다. 최근 마른오징어를 선물 받았다. 나의 턱관절을 위해 조금만 주신다고 하셨다.


   우리 집은 가스레인지가 아니라 전기레인지다. 선물 받은 오징어를 먹으려면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꺼내어 구워 먹어야 한다. 턱관절의 움직임에 조심해 가며. 그런 번거로움과 두려움을 애써 냉장고 속에 넣어 두고 있었다.


   우연히 유튜브를 봤다. ‘땅끝마을 임 선생’이란 채널의 영상이었다. 마른오징어로 전을 만든단다. 생각보다 쉬워 보이는데, 엄마의 요리를 보는 딸의 콧소리가 나를 유혹한다. 저렇게 맛있다고?! 무조건 도전이다.


   그렇게 이번 추석 요리는 ‘마른오징어 전’이 되었다. 물론 나물이와 까꿍이의 의견을 반영해, 감자전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일단 오징어 전부터 시작해 보자.


   먼저, 마른오징어를 찬물에 불린다. 영상에는 한두 시간 불리라고 되어있는데, 서너 시간 정도 불린 것 같다. 불린 오징어를 손질하고 껍질 쪽에 칼집을 낸다.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오징어에 밑간 한다. 덧가루를 뿌리고 밀가루 반죽을 만든다. 주르륵 흐를 정도의 농도에 간장과 참기름, 소금 약간, 통깨를 넣어 간을 하고, 오징어를 넣어 반죽을 입히고 달궈진 팬에 구우면 끝.


   아이들이 원츄 하는 감자전은 성심 씨의 레시피다. 감자를 강판에 간다. 믹서기가 아닌 강판에 갈아야 맛이 난다. 오늘은 어른 주먹만 한 감자 4개를 사용했다. 강판에 열심히 간 감자를 체에 걸러서 물기를 뺀다. 그렇게 감자 반죽은 볼에 넣어두고, 감자에서 빠진 물은 물만 버린다. 밑에 감자 전분이 가라앉아 있는데 이걸 반죽에 넣어 섞는다. 거기에 적당히 자른 부추와 소금을 넣고 저으면 반죽은 끝이다. 완성된 감자전 반죽을 달궈진 팬에 최대한 얇게 펴서 구우면 된다.


   오징어 전은 생각보다 심심해서 곁들인 초간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 우리 집 참기름이 기성품이라 그런지, 고소한 맛이 덜하다. 그 부분이 다소 아쉬운 점. 그래도 생각보다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턱관절이 나쁜 내게, 마른오징어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요리다. 두 마리가 남았으니, 다음엔 조금 더 좋은 참기름을 써서 재도전해 보자.


   감자전은 나물이와 까꿍이가 다 먹어버렸다. 오늘따라 엄청 얇게 부쳤더니, 아이들이 연달아 감자전만 먹는다. 부추를 빼달라던 나물이의 요청을 미처 들어주지 못했는데, 그런 나물이조차 잘 먹는다. 나와 나또는 거의 먹지 못했을 정도다. 너희들이 잘 먹으니 됐다.


   올해 추석도 이렇게 지나간다. 기름 냄새를 풍기며 전을 구웠으니 된 거 아니겠나. 추석이 뭐 별 건가-. 오징어 전의 고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 감자전의 구수한 냄새와 함께 추석이 지나가고 있다. 한때 god팬이었던 1인은 ‘ㅇㅁ ㄷ 지오디’ 콘서트 재방송 보러 이만-.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스물다섯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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