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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04. 2023

노다지가 있는 풍경

우리 집 근처엔 노다지가 있다. 그곳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곳에서 꽤 많은 이들이 금맥을 캤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때론 집을, 자동차를, 노후의 안락한 삶을 꿈꾸며 서 있곤 한다.


   노다지 복권방. 그러니까 그곳은 로또 1등 12번, 2등 26번의 당첨자를 캐낸, 이른바 로또의 성지다. 심지어 언젠가는 꽤 큰 금액의 로또 1등, 2등이 모두 당첨된 사람이 여기에서 로또를 구매했단다. 그래서인지 신문 기사에도 여러 번 언급된 곳이다.


   우리 집 바로 아래지만 실제로 가 본 적은 한두 번 정도다. 그것도 6년 전쯤? 호기심에 가 봤는데,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느끼진 못했다. 나또 님 말로는 퇴근 시간에는 사람들이 길가로 쭉 줄을 늘어선다고 한다. 가게가 큰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해, 주차가 힘든데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또 님의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었다. 그러니깐 지난주였다. 연휴를 앞두고서 다들 일찍 끝났는지, 오후 4시쯤 되었는데, 노다지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연휴 때 약값에 할증이 붙는다고 하기에, 바로 옆 약국에 들러 약을 사고 나왔을 때였다. 약국 입구까지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사진으로 담고 싶어 핸드폰을 꺼내려는 순간, 줄을 서 있던 분과 눈이 마주쳤다. 어쩐지 민망하다. 만약 내가 그 사람이라면 노다지를 캐려 애쓰는 모습을 찍히고 싶진 않을 것 같다. 결국 찍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저 무심히 지나친다.


   누가 그들을 여기까지 밀어냈을까. 0.1%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확률에 기대도록 만들었을까. 일상적인 노동으로는 살기 팍팍한 현실, 정직하게 땀 흘려 얻은 대가로는 내 집 하나 장만하기도 어려운 상황, 요행조차 바라지 않으면 한 가닥 희망조차 없는 사람들로 만든 건 누구였을까.


   퇴근 시간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때에 저 사람들은 월차를 냈을까, 조퇴했을까? 평소에 퇴근하고 들르는 사람들은 그들의 저녁 식사를 포기한 것일까? 가족과의 단란한 대화시간을 갖기보단 여기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선택한 것일까? 얼마나 기다리면 노다지를 마주할 수 있을까? 그 시간 끝에 과연 노다지가 있긴 한 것일까?     


   우리 집 근처엔 노다지가 있다. 노다지 앞에는 기약 없는 금맥을 찾아 시간을 파 뒹구는 사람들이 서 있다. 노다지가 있는 풍경 속에서 여전히-.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서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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