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만두 라면
2020년 10월 29일, 오후 1시 20분
잠이 아주 잠깐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찰나여서 잔 건지, 아니면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몇 개월 간 준비해온 일의 끝마무리를 제대로 하려고, 그리고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새벽이 아침이 되었다. 밝은 빛과 밖에서 들리는 공사 소음이 더해져 잠이 짧아졌다. 결론은, 잠을 두어 시간밖에 못 잤다.
당연히 눈은 뻑뻑하고 피로가 물씬. 굼떠진 몸에 정해진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갑자기 생긴 출근 전의 여유. 커피를 두 잔 타마시고, 어제 고민했던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익숙하게 물을 맞춰 넣고 고춧가루 한 숟갈과 수프를 풀어 넣는다. 면과 달걀도 넣어준다. 물만두도 퐁당퐁당 빠트린다. 물만두를 넣으니 혹시 몰라 라면 물을 더 넣었는데, 국물이 흥건해졌다. 고개만 살짝 든 물만두와 가라앉은 면,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달걀 덩어리의 모양새가 꼭 붉은 바다 같아서 웃겼다. 다행히 싱겁지 않았다. 내 짙은 피로가 녹아들어 간 것처럼. 둥실 떠오른 물만두가 꼭 징검다리처럼 놓인다. 출근 전의 식사는 전투를 가기 위한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다. 연료를 채우고, 천천히 다리를 건너 사회로 가는 길목. 오늘도 하나씩 차근차근 걸었다.
출근 전 시간에 대한 미스터리. 왜 여유롭게 시작해도 늘 직전에 급박해지는 걸까. 정류장으로 뛰어가며 의아했다. 분명 나 시간 여유로웠는데, 이상하다. 여유의 끝은 왜 늘 이런 긴박함일까. 버스 안에서 창문을 열어 흘린 땀을 식히며 고민에 빠졌다. 창문 사이에 보이는 도로변에 숨어 핀 꽃이 왜인지 애틋해 보였다.
일하는 내내 하품이 끊이질 않았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몸을 억지로 챙겨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도 하품은 멈추질 않았다. 덕분에 눈은 계속 촉촉했다. 복권 집을 지나면서 오늘이 지나기 전에 꼭 복권을 사야지 생각했다. 오늘처럼 피로에도, 고민에도 빠지지 않고, 커피를 네 잔이나 마시지도 않고, 꿈에만 빠져있을 수 있을 그런 날을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