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두 번째 질문

20201107

by 여느진

Q. 나를 나보다 더 잘 기억해주는 오래된 추억의 장소나, 공간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A.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때 1년쯤 살았던 집, 그 근처의 어느 중학교 주변. 그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모든 상황들이 지금의 내 성격과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짧은 머리를 즐겨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


중학교 운동장에 있는 철봉이나 정글짐 같은데 올라가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 근처 즉석떡볶이집이 참 맛있었다. 졸업한 초등학교는 너무 작았는데, 다닌 기간은 짧지만 학교 가는 길이나 교실의 모습, 학교의 색 같은 게 선명하다.


은사님도 만났었고, 참 많은 일을 겪은 공간. 그래서 난 이 지역에 온 지 벌써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 지역에 있는 나를 더 쉽게 떠올린다.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만큼 나를 잘 담아준다고 믿는다.


이외에 내가 자주 가는 식당, 카페, 공원... 전부 내 취향이니까 나를 대표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를 기억하는 것들이 무형이 아닌 유형으로 존재하는 건 꽤 멋진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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