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세 번째 질문

20201108

by 여느진

Q. 기억을 지워주는 연구소가 있다면 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나요?

A.

사실 상처 받은 기억이 많은데, 지우고 싶지는 않다. 아직도 새벽마다 아픈 기억에 잠 못 이룰 때도 있지만, 그리고 그 기억들이 사라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랄 때도 있지만. 태초에 없던 일로 만들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지워줄게, 지울래? 하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답할거다.


내 자신이 모순된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 상처들이 너무 아팠지만, 결국 그 상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내 모습이 100%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100% 싫은 것도 아니니까.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 중 일부는 상처가 낫고 더 단단해진 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지워볼까? 하는 생각이 잠시라도 들지 않는 기억들이 생기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예순두 번째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