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말고, 지금

오늘의 한 끼_소시지 오므라이스

by 여느진

2020년 9월 11일, 오후 8시 21분


주말을 앞둔 저녁은 괜히 들뜬다. 저녁 메뉴도 평소보다 조금 더 고민하게 된다. 한 주동안 사회에서 멋들어지게 싸워낸 나 자신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고른다. 오늘도 퇴근하기 한 시간 전부터 머릿속에 '저녁으로 무얼 먹지?'가 맴돌았다.


사실 고민 끝에 정해지는 메뉴는 비슷하다. 일정한 주기를 거쳐 돌고 돈다. 오늘은 오므라이스. 소시지가 올라간 것으로 먹었다. 자주 가서 포장해오는 밥집이 있는데, 계란 안에 숨어있는 볶음밥은 늘 약간 기름에 절어 중간쯤 먹다 보면 물린다. 그런데도 주기적으로 먹는 이유는 바로 소시지! 이곳은 소시지를 꼭 살짝 매콤한 맛으로 올려준다. 이 매콤한 맛이 기름기 어린 맛을 싹 씻어간다. 이 소시지를 먹는 순간이 좋아 그 느글함을 애써 잊는다. 꼭 한 주간 고생했던 기억이 주말에 푹 쉬며 사라지는 것처럼.


급식에서 맛있는 반찬을 맨 마지막에 먹고, 딸기 케이크의 딸기는 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둔다. 덮밥 위에 올려진 소스를 나중을 위해 좀 덜 비벼 먹는다. 좋은 소식보단 나쁜 소식을 먼저 듣고, 수업시간에 발표 순서를 정하면 웬만하면 앞 쪽에 하고 끝내려 한다. 좋음과 나쁨이 있으면, 맛있음과 맛없음이 있으면 전자를 뒤로 미루는 게 습관이다.


그런데 입이 짧아 맛있는 반찬이나 그 음식의 절정을 담당하는 토핑을 결국 배불러 먹지 못하는 일도 많다. 나중에 더 맛있게 먹으려 남겨둔 소스보다 밥이 더 빨리 사라지기도 한다. 나쁨에 좋음이 희석되어 온전한 기쁨을 누리지 못할 때도 많고.


그래서 요즘은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소하지만 좋아하는 반찬을, 그리고 맛있는 부분을 뒤가 아닌 중간에 먹으려 애쓴다. 지금 먹는 순간이 더 중요하니까 소스를 팍팍 비벼먹기도 한다. 오늘도 평소랑은 다르게 밥 한 번, 소시지 한 번. 매콤한 맛이 자주 느껴져서 조금 더 맛있는 저녁이 됐다.


지금의 나를 위한 작은 노력. 마지막 말고, 지금 맛있게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