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감자탕과 맥주
2020년 9월 17일, 오후 7시 43분
주말이 조금 더 가까워진 목요일. 한 주의 고비를 넘긴 기분이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보단 짜증이 억눌린 목소리를 더 많이 내야 하는 요즘. 감정이 들썩거리는 만큼 더 무거운 평일이 지나가고 있다. 사회에 녹아드는 일은 생각보다 더 고되다.
엄마도 오늘 일하며 불쾌한 일을 겪은 모양이다. 오늘 뭐 먹을지 묻는 말에 술이 당긴다는 답이 왔다. 그러다 감자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감자탕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뼈에 달라붙어 있는 고기를 발골해내고, 국물에 푹 절어 힘을 잃은 우거지를 건져 위에 올려 후후 불어 먹는다. 조금 퍼석한 고기를 톡 쏘는 겨자소스에 찍어먹기도 한다. 아직도 살코기를 덜어내는 일에 서툰 자식을 위한 엄마의 애정이 앞접시에 쌓인다. 감자를 으깨 밥에 비벼 먹는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국물을 떠마신다. 얼큰하고 기름진 국물이 오늘 하루 동안 쌓여있는 불쾌한 감정의 숙취를 감싸 안고 떠내려 간다. 엄마의 국물 죽인다는 감탄은 덤으로 얹는다.
맥주캔을 부딪히며 엄마가 풀어내는 넋두리를 들었다. 속에 있는 건더기들과 국물이 점점 줄어들고, 냄비의 수위가 낮아질수록 엄마의 웃음소리가 많아졌다. 맥주가 건네주는 알딸딸함과, 본디 해장에 딱 어울리는 국물의 얼큰함이 오늘 하루를 뭉근하게 풀어줬다.
어쨌든 내일은 금요일. 장애물이 곳곳에 있지만, 그래도 주말로 가는 길. 안 좋은 감정은 얼큰하게 해장하며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