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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r 25. 2021

분홍빛 하트 귀

오늘의눈 맞춤

2021년 3월 24일, 오후 3시 3분


 늦잠자도 괜찮았던 오늘. 다소 불쾌한 기분으로 일찍 잠에서 깨야 했다. 사회생활이란 하고 싶은 말을 삼켜내는 법을 계속해서 배워가는 과정이란 걸 다시금 깨달았다. 순식간에 사라진 늦잠의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남은 건 찝찝한 감정의 잔여물뿐. 바깥에 놓인 택배 꾸러미를 들여왔을 때도 마음속에는 계속 찝찝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택배 중에 하나는 은 귀걸이. 오랫동안 방치해둔 귀에 무언가를 달고 싶어 져서 구매했던 하트 모양의 것. 하트를 귀에 올리는 과정조차 험난했다. 귓불이 얼얼하고 붉어지고 나서야 귀걸이가 착용할 수 있었다. 하트의 틈새로 분홍빛이 보인다. 약간의 짜증과 통증은 하트에 분홍색을 넣기 위함이었던 걸까.


 택시 타고 출근하는 길. 타자마자 이렇게 가주셔야 한다 말씀드렸지만 끝내 길을 잘못 든 기사님 덕에 평소보다 시간도, 돈도 더 큰 숫자가 되어 길거리에 버려졌다. 잠깐 열어둔 창문 새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셌다. 귀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일하는 내내 귓가가 신경 쓰였다. 중간중간 귀를 보기도 했다. 여전히 귓가는 분홍빛. 봄이 여기에 먼저 찾아온 건가. 그럼 나는 오늘 꽃샘추위를 겪은 건가. 노트북 앞에 쭈그리고 앉아 타자를 두드리는 힘이 쭉 빠지는 것 같다.


 귀에 물든 분홍빛이 빠지고 나면, 진짜 봄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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