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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r 27. 2021

힙한 가위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3월 27일, 오후 5시 28분


 바닷가의 봄은 차가웠다.


 나만의 징크스가 있는데, 여행을 가면 비가 온다. 그래서 여행 중 비가 오면 짜증이 나도 금방 그러려니 하게 된다. 비가 오는 자체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빗소리와는 별개로 하늘에서 대지에 주입하는 습기가 만들어내는 음울함과 찝찝함을 반기지 않는다. 여행 중에 만나는 이런 기분들은 분명 즐거운 손님이 아니다.


 오늘도 이 손님을 만났다. 매서운 바람과 간헐적인 빗방울은 얇게 입은 봄옷차림을 머쓱하게 했다. 여기에 불쾌한 일도 겪어야 했다. 두 시간가량의 시간을 허공에 날리고, 화와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즐거운 기분은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난 이미 이 손님을 여러 번 대접해봤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차분하게 불쾌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그래, 모든 건 이를 위한.


 막국수 집에서 힙한 가위를 발견했다. 타이다이(tie-dye) 티셔츠를 걸친 것처럼 화려하고 멋있었다. 계속 살펴보며 멋지다고 동행자들과 얘기하기도 했다.


 사실은  가위는 여러 번의 거친 과정을 겪고 너덜너덜해진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멋지고 힙한 가위로 새로 태어났겠지.


 비 맞고 너덜너덜해진 거울 속 나와 이 가위의 모습이 왜인지 겹쳐 보인다. 빗방울을 맞고 난 얼마나 멋지게 만개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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