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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03. 2021

새벽의 하늘바다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2일, 오전 3시 16분


 새벽의 하늘이 꼭 밤바다 같다는 생각을 한다. 덩어리 져 떠다니는 하얀 구름들은 바다 위 파도의 잔흔 같다. 사이로 삐져나오는 검푸른 빛이 언제 밑으로 쏟아질까 궁금해진다. 혹시나 쏟아지고 나면 세상과 나는 흠뻑 젖고 끝날까. 비가 올 준비를 하는 하늘은 사실 잔뜩 고인 물을 조금씩 뱉어내는 것 일지도 모른다.


 바다를 좋아한다. 수영은 하지 못한다. 바다에 몸을 던져보고 싶다가도 수영을 못하는 나 자신을 떠올리고 발만 담그고 나오거나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좋아하지만 편안히 안길 수 없다는 모순은 어쩌면, 어쩌면. 어쨌든 지금 내가 새벽의 바다에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에 담는 것.


 새벽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커피와 탄산음료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귀갓길. 아직 채 하루가 시작되지 않은, 전날을 정리하며 오늘을 준비하는 그런 애매한 시간대에 생각한다. 오늘의 눈 맞춤은 새벽의 바다겠구나.


 곧 저 하늘에 가득한 빛이 밝아지더라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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