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눈 맞춤
2021년 4월 1일, 오전 2시 35분
새벽에 별안간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콘텐츠가 떴다. 들뜬 마음과 전날의 묵직한 마음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세상에 유형으로 나온 내 책이 처음으로 팔려 정산된 금액이 들어왔다. 적지만 복잡한 마음을 핑계로 미룬 스터디 과제의 벌금으로 커피를 사고도 나 마실 것은 마음껏 살 수 있는 정도의.
그래서 탄산이 마시고 싶었다. 사실 이건 핑계에 불과했고 그냥 걷고 싶었다. 집 앞 편의점 옆 아파트 단지의 즐비한 벚꽃나무가 보고 싶었다.
후드 집업을 푹 눌러쓰고, 이어폰을 꽂고, 한때 여러 번 반복 재생을 눌렀던 노래를 틀고 슬립온에 발을 욱여넣고 나왔다. 새벽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아서 진짜 봄이구나 실감했다. 편의점을 지나쳐 만개한 벚꽃나무 사이를 천천히 오갔다.
어둠 속에서 벚꽃나무는 꼭 눈 맞은 나무 같았다. 겨울과 봄 사이에 서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 같은 그런 존재들. 늘 이맘때 쯤에는 전쟁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비장해서 여유를 가질 틈이 적은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꽃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자체로 꿈같았다. 내가 보고 있는 건 봄의 눈(雪)일까 아니면 봄의 눈(目)일까. 반응 없는 눈 맞춤을 하며 4월을 맞이했다.
진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