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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01. 2021

이별의 마음

오늘의눈 맞춤

2021년 3월 31일, 오후 9시 4분


 3월의 마지막 날. 숫자 3을 지우고 4를 채워 넣으며 나는 또 다른 이별을 준비했다.


 햇수로 3년 정도를 한 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오늘은 머물렀던 둥지를 떠나는 날이었다. 다른 말로는 퇴사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야겠다 마음먹었고, 이를 준비하는 한 달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퇴사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과 그래도 좀 더 머무를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번갈아 들었다.


 결국 마지막 날이 왔다. 택시를 타고 창 밖을 보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출근길. 사실 마스크를 깜빡해서 허둥댔다가, 지갑을 놓고 와서 다시 허둥댔다가. 그래, 사실은 평소와 달랐다.


 사람의 마음이 빚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받은 사랑은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어떤 상대이든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닿아야 한다는 생각을. 그렇지 않으면 차곡차곡 쌓여 들고 다니기 무거워진다. 그리고 오늘, 마음의 빚이 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때로 그들은 내게 엄청난 화를 억누르게 만들기도, 어이없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기도, 감동의 눈물을 삼키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미워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이별의 소식을 전하자 어떤 아이는 울었고, 어떤 아이는 놀랐다. 어떤 아이는 장난 섞어 좋아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떠나고 남은 건 편지 한 무더기. 조심해서 가고 다음에 보자는 말 대신 보고 싶을 거야로 끝난 오늘의 인사. 모두가 떠난 텅 빈 공간에서 책상 위에 편지를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다 정리를 시작했다.


 아쉬움 담긴 이별의 마음을 다시 곱씹는다. 3월을 보낸다. 4월이 온다. 그들에게도, 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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