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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느 한끼

투자의 맛있는 수익

오늘의 한 끼_치즈라면과 참치김밥

by 여느진

2020년 9월 13일, 오후 3시 31분


어제의 흐릿한 하늘은 꿈처럼 사라졌다. 역시나 새벽까지 잠 못 들고 뒤척이다 정오가 넘어서 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밝은 빛이었다. 아빠가 바꿔 달아 준 별과 달이 잔뜩 박힌 커튼 사이로 스며든 하얀빛. 어제와 상반된 주말의 시작이었다.


곧 전역을 앞둔 동생의 메시지가 왔다.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큰일이라는. 그래서 다 하라고, 전역 선물로 너에게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본인이 불안정한 투자처라 말하는 동생을 보자니 뜬금없게도 치즈라면이 먹고 싶어 졌다.


동생이 군대 가기 전, 동생과 난 둘이서 이것저것 다 때려 넣은 라면을 종종 끓여먹곤 했다. 정확히는 동생이 끓여줬다. 처음 치즈를 올린 라면을 먹게 된 것도 동생 덕이었다. 느끼할 것 같았는데 매운 라면 국물에 치즈의 고소함이 섞이며 조금 느끼하고 칼칼한 매력적인 맛이 됐다. 그 후로 라면에 치즈를 올려먹는 게 제일 좋아졌다.


동생에게 난 용돈이나 선물이란 이름으로 투자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 수익은 보통 시키는 심부름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 가끔 하는 고민에 대한 진지한 대답 같은 것들. 지금 쓰고 있는 이어폰도 수익금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라면도 그 수익금이다. 투자에 대한 회수가 착실히 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안정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열어둔 창문 틈으로 보이는 비현실적이게 하얗고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치즈라면 국물에 참치김밥을 적셔먹었다. 자극적인 맛과 섞인 치즈로 덮인 면을 건져 올리며 난 지금 건강식품인 치즈를 챙겨 먹는 거라며 내 몸을 속인다. 동생에게 넌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답장을 보낸다. 나중에 투자금을 회수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또 어떤 수익을 안겨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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