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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느 한끼

달달함의 잔여물

오늘의 한 끼_글레이즈드 도넛

by 여느진

2020년 9월 14일, 오후 1시 5분

월요일은 매번 돌아오지만 매번 힘들다. 일찍 일어나도 침대에 좀 더 누워 가만히 눈을 꿈벅거린다. 나름의 발악처럼 조금이라도 집에 더 머물고 싶어서 굼떠진다. 그래도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 시간을 잡으려면 움직일 수밖에. 어제 먹다 남은 글레이즈드 도넛을 입에 밀어 넣는다. 입에 닿자마자 끈적한 설탕 코팅이 녹는다. 하루 지난 빵의 퍼석함도 밀려온다. 도넛을 쥐었던 손가락에 불쾌한 끈적임이 남는다. 출근을 앞둔 내 입에서 한숨이 나온다.

도넛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글레이즈드 도넛이나 초콜릿 코팅이 입혀진 도넛이 엄청 생각날 때가 있다. 과하고 인공적인 단 맛과 퍽퍽하면서 촉촉한 모순적인 빵의 식감이 맴돈다. 초콜릿이나 사탕과 다르게 먹고 나면 손에 꼭 진득한 잔여물이 남는 도넛. 순간의 달콤함이 지나가며 흔적을 남기는 그 도넛.

이런 달콤함의 잔여물들을 닦아내고 나면 기분이 묘해진다. 이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보송해지면 달달함을 느꼈던 일이 꿈같아진다. 손에 묻은 달콤함을 닦아내며 주말의 잔여물을 덜어낸다. 이제, 다시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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