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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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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26일, 오후 11시 31분


 한 번 꽂히면 질릴 때까진 해봐야 하는, 그니까 고민이 많고 선택이 늘 어렵고 느리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야만 하는 성격을 가진 나. 예전에 필름 카메라에 꽂혔다가 디카를 사고서야 잠잠해졌는데, 새벽녘에 갑자기 또 불타올랐다.


 중고 거래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장 내일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결과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건 필름 카메라가 아닌 폴라로이드 카메라. 이를 위해 한 시간 삼십 분이 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이른바 '이왕 살 거, 조금만 더 보태면' 병이 만들어낸 결과물.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이란 이토록 무섭다.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중고거래를 하고, 중고거래를 하고, 중고거래를 또 하고. 하루의 끝에 내게 남은 것들이 많다. 기분이 좋고, 몸은 조금 피곤하고, 과제도 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콩나물 불고기를 만들었다. 맛있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뿌듯함, 맛있게 먹는 엄마의 모습이 주는 자신감. 오늘의 나를 기호화하면 아마 + 아닐까. 많은 것들을 갖고, 많은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인화도 할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처음 뽑은 것은 몇 년 전 엄마와의 여행에서 찍었던 손. 내 인생 첫 책에도 수록되어있는 그 사진. 지갑에 넣어뒀다. 또 어떤 기억들이 손에 쥘 수 있게 될까. 궁금하다. 앞으로 더하기가 계속되면 어떤 값이 나올까. 기대되기도, 무섭기도 한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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