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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26. 2021

저녁=새벽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25일, 오후 8시 3분


 새벽에 눈이 무겁다니. 낮잠도 잤고, 샷을 약하게 넣은 커피도 마셨는데도 눈이 무겁다니. 심지어 숫자가 많이 크지 않은 가벼운 새벽인데도 눈이 무겁다니. 지난번 밤샘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걸 체감한다.


 늦었지만 엄마의 생일을 기념해 가족끼리 간단한 외식을 했다. 모두 각자의 일로 바빠 주어진 시간이 짧았다. 그래도 갈비는 참 맛있었다. 무거운 이야기가 없었다. 그냥 가볍고 가벼웠다.


 만났을 때 세상은 좀 더 밝았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밤과 비슷한 색으로 바뀌었다. 완연한 밤이 오기 전의 저녁의 색은 꼭 새벽의 것과 닮았다. 노을과 동이 트는 모습이 비슷한 것과 마찬가지로. 시작과 끝은 이렇게 닮았다. 하루에 숫자를 넣고 이르고 늦음을 따지는 게 사실상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찌 보면 삶도 비슷하단 생각을 한다. 아직 풋내기지만.


 첫 줄을 쓰던 시간보다 마지막을 써 내려가는 시간의 무게가 많이 무거워졌다. 그 사이 예정되어 있던 일을 했고, 동생이 만든 대패 간장 라면 볶음을 먹었고, 사랑이야기를 조금 했고, 좋아하는 지인의 생일 계획을 짰다. 저물어가는 시간에 무언가를 시작했다. 역시 새벽과 저녁은 닮았다. 시작과 끝도 닮았고. 


 눈을 감았다 뜨면 낮일까. 애써 밤과 낮을 바꾸려는 노력이 소용없어졌다. 사실 큰 의미는 없지만, 괜히. 그래도 저녁은 새벽이고 새벽은 저녁이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나의 새벽은 누군가의 저녁과 다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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