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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29. 2021

엄마의 길거리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28일, 오후 1시 18분


 수마와 싸우느라 힘들었던 하루. 어제 좀 걸었다고 몸은 침대 위에서 떨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바닥난 체력이 여실히 느껴졌다. 몸을 제멋대로 방치한 결과를 체감했다. 그럼에도 일어나고 싶은 욕구는 남아있어서 길게 눈을 감고 있지는 못하고 잘게 잠을 이어 붙였다. 띄엄띄엄 눈을 뜬 사이에 엄마가 바깥의 소식을 보내왔다.


 점심시간에 길거리의 꽃을 찍어서 보내온 엄마. 오늘 하루의 중간중간 얼마나 많이 봤는지. 길거리에서 꽃을 보거나 멋진 풍광을 보면 멈춰 서서 감상하고 찍는 습관은 엄마로부터 기인했음에 틀림없다. 내가 누워있는 사이, 엄마의 길거리는 이랬구나 생각했다.


 한 집에 살아도 하루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사실 친구도, 애인도 모두 마찬가지지만. 가깝다고 생각해도 모두가 먼 존재 같다. 각자의 길거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감정을 느끼며 하루를 꾸려나가다가 마음이 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시간을 공유하고. 이런 모든 사실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당연하고 새삼스러워서 소중하다.


 엄마의 길거리 속 꽃들이 모두 다른 모습으로 한 사진에 담겼음이 못내 내 주위를 생각하게 만든다. 제각기의 시간을 보내면서 또 동시에 같은 시간을 만들어내는 재밌는 충돌이 나의 것과 꼭 닮아있어서.


 엄마의 길거리에 더 많은 것들이 담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이왕이면 웃음을 품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나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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