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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Apr 30. 2021

배송 준비 중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29일


 빗소리와 함께 추위가 찾아온 듯하다. 봄이란 계절은 변덕스러워 으레 더위가 옷을 한 겹 벗고 추위가 되는 법이다. 갓 29일로 넘어온 새벽도 쌀쌀했고, 날씨 어플을 살펴보니 당분간 이럴 것 같아서 얇은 외투와 셔츠, 그리고 할인쿠폰을 적용하기 위한 (사실은 핑계지만) 은목걸이를 주문했다. 모두 당일배송이라는 말을 달고 있었다.


 쇼핑몰 어플을 중간중간 계속 확인했다. 당일배송이란 말의 당일은 기준이 다른 건지 하루 종일 배송 준비 중이란 초록 글씨만이 나를 반겼다. 계속 본다고 배송 중이라는 말로 바로 바뀔 리 없건만 괜한 미련이었다. 


 오늘은 뭔가 미련이 자꾸 남았다. 뿌듯함 뒤에 숨은 미련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요즘 들어 야근이 잦은 엄마를 위해 저녁을 만들었는데, 계란볶음밥과 함박스테이크가 오늘의 메뉴였다. 요리에 ㅇ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던 나의 장족의 발전이었다. 맛은 있었는데 묘하게 짠 것 같고, 조금 덜 부드러운 것 같고. 좀 더 맛있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미련이 혀끝에 맴돌았다.


 제출해야 할 것도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했고, 빠르게 제출했다. 그래도 뭔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제출 시간이 지났는데도 괜히 한 번 더 훑고, 이렇게 할걸 후회도 했다.


 미련과 아쉬움, 후회는 전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단어들 같다. 자꾸 지난 시간을 반추해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이라면 다음에 더 나은 모습을 위한 드팀새. 그 좁은 틈에 이 단어들이 만든 평가를 토대로 개선된 소스를 부어버리면 된다.


 여전히 화면 속 글자는 배송 준비 중. 이 뒤에 숨은 건 기대감. 눈뜨고 나면 준비가 빠지고, 배송 중이 되겠지. 준비란 늘 천천히. 그래, 그런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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