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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01. 2021

도로 위별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4월 30일, 오후 2시 57분


 4월의 마지막 날. 1년에 12번씩 첫날과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데 왜 매번 감흥이 다른지 모르겠다. 언제나 시작은 기대에 차있고, 마지막은 아쉽다.


 예고 없던 단수로 차질이 생긴 일정. 그래도 나온 밖은 새벽녘 다녀간 빗소리로 습기에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빗소리는 세상에서 보송함 말고도 하나 더 가져갔다. 바로 꽃들이 달려있을 힘. 바닥에 가득 뿌려진 하얀색 별 모양 꽃들의 모습을 몇 번이고 바라봤다.


 요즘 읽는 책이 늙어감에 대한 내용이고, 하필 또 관심이 생긴 웹툰과 드라마 역시 비슷한 주제여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앗아가는 건 뭐고, 시간이 주는 건 대체 뭘까. 시간이 빨리 흘렀으면 좋겠으면서 동시에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함께한다.


 아주 오랜만에 가게 된 내가 졸업한 중학교의 교복이 그새 바뀌었다. 가는 길에 꽃의 덩굴로 덮인 터널 비슷한 것이 있는데 그 밑에도 자잘한 꽃잎의 자국이 한가득이었다. 모든 게 지고, 다시 나고, 바뀐다. 기억하는 사람만이 그 이전을 품는다.


 어쨌든 마지막 다음에 오는 건 언제나 시작. 꽃이 떨어진 자리엔 다시 새로움이 돋겠지. 바닥에 놓인 별들은 잠깐 도로를 반짝이게 했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겠지만. 내가 기억에 담았다고, 괜찮을 거라고 괜히 말을 건네고 싶은 4월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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