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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02. 2021

적당한 틈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1일, 오후 6시 27분


 비가 많이 온다기에 장화를 신고, 우산도 챙겨 들고 나왔는데 비 소식이 없고 도리어 덥기까지 해서 괜히 혼자 소란을 떤 것 같아 부끄러웠다. 비를 싫어하는 내가 비가 오길 이만큼 원한 적 있나 싶을 정도로 비가 기다려졌다.


 오늘은 같이 스터디원들과 간단한 모임이 있었다. 낮부터 가벼운 맥주를 마시고, 같은 것을 공부하는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다른 주제로 튀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또 사람은 각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비는 짤막하게 왔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장화 속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역시 예상대로 흘러가는 건 없구나. 장소를 옮길 때는 비가 멈췄고, 하늘의 빛도 색이 달라졌다. 여러 구름이 겹겹이 뭉쳐있다가 풀린 틈은 푸른색이었다.


 저런 틈을 위해서 퇴사한 건데, 내 하루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겹겹이 고여있는 것 같다. 하루의 적당한 농도는 얼마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너무 밀도가 있어도 답답하고, 너무 공간이 많아도 불안하다. 적당함이란 말은 언제나 어렵다.


 빗물이 적당히 복잡함을 희석해주고 떠났으면 좋겠다. 그 김에 장화도 제 기능을 하게. 적당히,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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