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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03. 2021

엄마의길거리 2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3일, 오후 1시 13분


 잠이 부쩍 늘었다. 카페인을 줄여보려 디카페인 커피만 한두 잔 마시거나 아예 입에 대지 않아서 그런가. 덕분에 많은 것들을 아쉽게 놓쳤다. 100을 목표로 하다가 잠깐의 실수로 두 자릿수로 바뀔 때의 허탈함이란. 남의 99는 괜찮다 말하면서 나의 99에는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오늘 하루를 되돌아봐도 잠뿐이다. 정신 차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남은 건 조각조각난 꿈의 파편들과, 엄마가 보내준 바깥의 풍경뿐.


 야근하고 돌아온 엄마에게 오늘의 꽃은 어디에서 찍은 것이냐 물어보니 가게 앞에 있었다면서, 카네이션이 붉은빛이 아닌 게 신기해서 찍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새삼 곧 어버이날이구나 상기했고, 세상엔 지나치게 정형화된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사실 카네이션은 빨간색 말고도 색이 참 많은데.


 여전히 잠이 쏟아지는 밤. 낮의 내가 잠에 취해하지 못한 일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그런 밤.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이런 날이 잦아서 문제긴 하지만, 꽉 찬 하루 말고도 빈 하루도 하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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