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4일
눈 뜨니까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다시 밤낮이 제대로 바뀌었다. 단톡 방에 농담 삼아 내 하루를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사실 남들과 시작 시간이 다를 뿐이었다.
밖에는 빗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몸은 축축 늘어졌다. 양심 상 내 방 침대에는 머무르지 않고 다른 방 침대에 늘어져 영상의 바다를 헤엄치고 또 헤엄쳤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하루를 유영하는 건 퍽 편한 일이다. 새로 관심 가는 연예인의 영상을 보며 헤벌쭉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영상일기를 보며 나도 저 요리를 해 먹어 볼까 하기도 하고. 세상과 맞닿아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한 기분을 동시에 느낀다.
가족들이 비의 흔적을 달고 집에 들어올 때서야 나도 헤엄을 멈춘다. 빗소리와 어울리는 살짝 젖은 옷단이나 눅눅함이 나를 물 밖으로 꺼낸다. 여기나 저기나 결국은 하나의 바다 같다.
내일도 비가 오려나. 조금은 보송했으면 좋겠는데. 벌써 장마를 걱정하게 되는, 눅눅한 어느 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