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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10. 2021

충동의 새벽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9일


 밤을 새운 탓에 일찍 잠든 어제. 그렇게 보고 싶었던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 티저 업로드도 채 기다리지 못하고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그대로 푹 잤으면 좋았을 텐데, 공교롭게도 눈이 떠진 시간은 새벽 1시쯤이었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또 이렇게 남들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눈 뜨는 생체시계를 얻지 못하는구나.


 잠이 모자란 때에는 생각과 행동에 의식보다 무의식이 조금 더 많이 섞인다. 평소라면 관심도 갖지 않을 스타일의 옷에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쇼핑몰 어플을 여러 번 들락거리고 꼼꼼하게 옷의 재질이나 제품 별 다른 디테일을 확인했다. 그러다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옷들로 눈이 가닿는 범위가 늘어났고, 그렇게 아침에 가까운 시간이 됐다. 결국 사지는 않았지만, 오늘 하루 가장 오래 시선을 두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하루가 거의 끝나가는 시간이었기에.


 사실 나는 이런 피곤 섞인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많은 결정을 휙휙 내린다. 주로 소비와 관련된 결정. 2강 듣고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스페인어 강의나 1강 듣고 다시 찾지 않는 중국어 강의, 외국 시리얼과 꿀 같은 것들. 미래에 대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밤을 새우면 그 날 실행하게 된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생각이 많아 미루고 미루는 나에겐 무의식이 섞였다는 게 좋은 핑계가 된다. 내게 그렇게 남은 것들도 꽤 된다. 버려진 것들도 있지만.


 다시 찾아온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내일도 이런 새벽을 보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더 많은 날을 이렇게 보내게 되겠지만, 그때 찾아오는 충동이 날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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