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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08. 2021

작은 선명함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8일, 오후 3시 31분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보니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사라졌다. 단 몇 분도 잠에 들지 못하고 맞이한 아침은 몽롱하고 희미했다. 세상도 편히 잠이 들지 못한 건지, 흐렸다. 괜히 목도 칼칼한 기분이고 눈도 따끔거리는 것 같은 날.


 최근 들어 깬 채로 아침을 보낸 적이 없는데, 오랜만에 맞이한 아침 시간은 뭔가 공짜로 얻은 사은품 같았다. 공짜라 받긴 했는데, 그렇게 영 쓸모는 없는. 그러다 구석에 박혀 잊히는.


 브런치 메인에 글이 소개되었는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크리에이터의 마음을 아주 조금 느껴볼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 근황을 재밌게 나눴고, 목적지에 평소보다 아주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내내 정신은 뚜렷하지 못했다. 오늘의 이런 기쁨들이 나중에 구석에 박히게 될까 봐 씁쓸하다.


 세상이 흐려 태양도 빛을 내뿜는데 희미하게 느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작은 점의 빛이 옅게 보인다. 자신을 가리는 구름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빛으로 모든 공간이 돌아간다. 오늘의 내가 층고 높은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틈같이 돋아난 나뭇잎을 보며 힘을 얻었듯이.


 흐릿함에 빛나는 작은 선명함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 그래도 흐릿함이 내일은 조금 선명함에게 더 길을 양보해줬으면 좋겠다. 초록빛이 초록빛일 수 있도록, 하늘에 회색이 조금 덜 보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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