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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08. 2021

엄마의 길거리 3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7일, 오후 1시 17분


 밤을 거의 새우고 아침에 잠들었다. 약속이 있었는데 흔들리는 날씨를 이유로 다음 주로 미뤘다. 바람의 소란이 느껴지는 틈바구니에서 잠에 빠져드는 느낌이 이상했다. 몸도 무거웠다.


 일어났는데 세상이 어두웠다. 그 속에서 엄마가 찾아낸 생명이 핸드폰에 도착해있었다. 밝고 환한 생명의 흔적들. 엄마의 길거리엔 오늘도 꽃이 피었구나. 엄마의 꽃 선물에 웃음 짓는 동안, 반대로 동생은 지인의 안 좋은 소식으로 표정이 어두웠다. 명과 암은 너무 가깝다.


 대패 삼겹살을 해동해 구워 먹으려 했는데, 국거리용 고기를 해동해버렸다. 볶음 라면 위에 올려서 실수의 산물을 먹었다. 실수를 스스로 삼키는 일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동시에 늦게 시작한 하루의 과업을 해냈다. 무언가를 만들고, 해내고. 동시에 무언가를 버리고, 실패하고. 사실 나는 모순적인 순간의 순간을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작은 고찰.


 엄마의 길거리에 더 많은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는 순간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두움보단 밝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엄마의 길거리가 곧 나의 길거리. 하루 종일 방에 갇혀있어도 세상과 통하는 것만 같은 모순적인 기분은 봄을 보여주려는 어떤 애정의 흔적. 모순은 짙은 감정과 동행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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