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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11. 2021

맛있는 재생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11일


 결국 늦게 잠들었다. 알람에 눈을 떴지만, 오전에 있던 치과 예약을 다른 날로 미루고 다시 잠에 빠졌다. 잠결에 빗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완전히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땐 맑은 하늘빛만 창문에 보였다.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는 덤으로.


 오늘은 묘하게 들떴다. 좋아하는 가수가 컴백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관련 이벤트에 당첨되기도 하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와글와글 수다 떨며 노래를 듣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설레고 벅찼다. 사실 요즘은 내 일상이 묘하게 회색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좀 다양한 색이 칠해진 기분이었다. 누군가를 향한 애정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루 종일 음악 플레이어를 봤다. 가사를 찬찬히 읽으며 어떤 부분이 좋은지 찾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배우고 있는 분야에 대해 자신감이 조금 없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나는 성장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는 말에 조금 힘이 나기도 하고. 누군가 삶은 죽어가는 과정이라 했는데, 사실은 성장하다가 멈추다를 반복하는 과정 같다. 그러다 더 성장할 힘이 없을 때 삶이 죽어가는 게 아닐까.


 내일이 기대된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으면서 동시에 지금의 기분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잠을 미루게 된다. 웃기지만 난 늘 이랬다. 어제의 내가 예고했듯 나는 또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을 보내고 있다. 이번엔 라면도 끓여왔고, 그 위에 치즈 한 장도 올렸다. 맥주도 한 캔 깠다. 어쨌든 좀 더 맛있는 새벽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도 들리는 노래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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