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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May 17. 2021

비 오는 날의 장화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5월 16일


 눈 뜨자마자 비가 매섭게 쏟아졌다.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비가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날씨는 시각, 촉각, 청각, 후각으로 알 수 있다. 때로는 미각까지도 날씨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비 오는 날에 외출하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오늘은 우리 동네까지 친한 동생이 들러 내가 사용하던 삼각대를 받아가기로 되어있었다. 우리 동네까지 찾아와 주는 게 고마워 과자랑 좋아하는 가수 포토카드도 넣고 후다닥 준비했다.


 그리고 제대로 장화를 개시했다. 저번에 신었을 때는 비가 조각조각 내려 별 소용이 없었으니 오늘이 진정한 의미의 첫 개시였다. 비가 정말 많이 내리는데도 다리는 보송했다. 부러 물이 많은 곳을 밟기도 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걸음도 빨라졌다.


 동생과 접선하자마자 동생이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커피를 건네줬다. 빈손으로 와도 되는 걸 내 취향까지 고려해 사 와준 마음이 고마웠다. 물건만 전해주고 집에 오는 길이 행복했다. 괜히 발 밑을 여러 번 내려다봤다.


 신을 일은 앞으로도 적겠지만, 신발 하나로 싫어하던 날씨가 좋아질 수도 있구나. 아니면 소중한 마음이 더해져서 그런가. 좋아하는 가수의 좋은 소식도 함께 해서 더 즐거웠다. 좋아하는 날이 하루 더 생겨서 좋다. 좋고, 좋고 좋은. 이렇게 같은 수식어가 여러 번 반복되는 날이 또 나를 찾아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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