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수제 초코파이
2020년 9월 16일, 오후 12시 58분
어제저녁에 삼십여 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새벽녘까지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한 번 들렀다 떠나버린 손님을 다시 데려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잠이 오는 길을 단장하려 얼마 전 새로 장만한 스케줄러를 꺼내 날이 밝으면 할 일들을 잔뜩 적었다. 머릿속에 이렇게 굴러갈 하루를 그렸다. 개중 하나는 매콤한 짜장라면에 치즈를 올려서 먹고 출근하는 모습도 있었다.
잠 손님은 생각보다 더 늦게 왔고, 날이 밝았을 때 눈두덩이가 무거웠다. 당연히 머릿속에 그려둔 출근 전 식사는 불가능했다. 식탁 옆 상자에 들어있는 수제 초코파이를 꺼내 들었다. 전주에서 유명한 초코파이인데, 안에 크림이 들어있고 씹으면 부드럽게 파사삭 부서지는 식감을 가진 빵의 모든 귀퉁이에 초콜릿 코팅이 되어있다. 끝내주게 달다.
우유로도 지워지지 않는 단 맛에 머리가 조금 아찔해졌다. 이게 틀어진 시작의 맛인가, 실없는 생각을 했다. 이런 틀어짐이라면 가끔 반복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작은 밤빵 하나를 더 입에 밀어 넣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었다. 정말 아찔하게 달콤한 틀어짐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