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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느 한끼

작지만 무거워

오늘의 한 끼_베이컨 치즈토스트와 아이스 블랙 글레이즈드 라테

by 여느진


2020년 9월 22일, 오후 7시 19분

알람이 울리기 2분 전에 눈이 떠졌다. 몸이 이상스러울 만큼 가뿐했지만, 괜히 억울한 마음에 눈을 감고 좀 더 뒤척였다. 그러다 꿈나라에 잠시 끌려갔고, 다시 눈떴을 때는 아까와는 다른 묵직함이 몸을 짓눌렀다. 여유로움이 급박함으로 바뀐 건 순식간이었다.

일이 시작되고, 초반엔 한가하다 점점 바빠졌다. 오늘 아침은 이를 위한 복선이었나 싶을 정도로. 바쁘다는 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깐 창 밖으로 보였던 멋진 구름의 장관은 이미 제 모습을 감춰버렸다. 일이 끝나고서도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내 직업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까지 하게 만드는. 머리에 누가 큰 돌덩이를 얹어둔 기분이 들었다.

퇴근했지만 다른 일들과 고민을 끌어안아야 했다. 퇴근길이 출근길 같았던 저녁. 짤막한 시간의 틈새에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작은 토스트 한 조각과 아주 다디단 카페라테뿐. 작은 토스트 한 조각은 달걀의 포슬함과 베이컨의 기름기를 머금어 묵직한 맛을 냈다. 너무 달아 입 안이 금세 텁텁해지는 카페라테와 함께 비우니 배가 꽤나 든든했다. 너, 작지만 꽤 무겁구나-라고 생각했다.

조금 작은 체구를 가진 내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무겁다. 오늘 먹은 작고 무거운 토스트처럼 미래의 나를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는 중인 걸까, 아니면 그저 밑으로 가라앉는 중인 걸까. 터덜터덜 옮기는 발걸음에 차이는 작은 돌멩이처럼 조금 더 가벼워졌으면- 하는 어느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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