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 : 베이컨 새우 크림 파스타
2020년 9월 28일, 오후 9시 25분
퇴근하자마자 우당탕. 오늘 아침, 아직 바른생활 생체 리듬을 벗어나지 못한 동생 덕분에 일찍 일어나 다 같이 밥을 먹었다. 닭볶음탕의 감자를 밥 위에 으깨 먹으며 엄마에게 오늘 꼭 직접 만든 파스타를 대접하겠노라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에 오는 길에 접시도 새로 사고, 파스타 일 인분의 양이나 재료 볶는 순서 같은 정보들도 검색했다. 입 밖에 낸 소리가 그저 음파로 바닥에 가라앉지 않고 삶의 순간이 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
호기롭게 도전한 첫 파스타는 성공적이었다. 비록 면의 양을 조절하지 못해 식사를 마치고 만두를 굽긴 했지만. 워낙 요리를 못해 타거나 심각하게 익거나 간이 안 맞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 나쁘지 않은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졌다. 남의 결과에는 관대한데 내 결과에는 왜 이리 엄격해지는지. 엄마의 미소는 내가 받은 최고의 칭찬이었다. 다음엔 리소토도 해봐야지, 다음 도전을 계획하기도 했다.
탱글탱글한 새우를 콕 찍어 꾸덕하고 조금 느끼한 크림소스로 범벅된 면을 그 위로 돌돌 말아 입으로 쏙. 끝쯤에 살짝 매콤한 맛이 올라와 다음 먹을 한 입에 대한 준비를 마친다. 짭짤한 베이컨을 콕 찍어서 또 한 입. 엄마에게 괜찮아?라고 여러 번 묻는 질문은 후식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다음이 더 기대되는 첫 도전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