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느 한끼

기대감이 파사삭

오늘의 다과_유과와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

by 여느진

2020년 9월 30일, 오후 8시 3분


최근에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지역의 특산품의 판매를 돕는 당진 마을 기업에서 매실 유과와 산자를 구매했었다. 맛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사르륵 녹는 심심한 단 맛에 푹 빠져 틈나는 대로 꺼내먹었었다. 이게 한과의 매력인가 싶었다. 입안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빠르게 비워진 봉지가 아쉬웠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겨둬야 그 매력이 닳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가 먹었던 유과가 지나치게 맛있어서 기준이 높아진 걸까. 시장에 잠시 다녀온다는 엄마가 먹고 싶은 게 있냐 물어왔을 때 커피와 유과를 답했다. 유과의 파사삭한 부드러움이 생각나서. 유과를 처음 베어 물었을 때, 기대감도 같이 파사삭 부서져 내렸다. 조금 더 짙어진 단 맛과 코끝을 스치는 조금 묵은 냄새가 지난 유과의 기억에 잿물을 끼얹었다. 씁쓰름한 아메리카노를 입에 머금으면서 무너진 기대감의 잔해를 씻어냈다.


형형색색을 입은 유과의 기대감이 풍선처럼 입 안에서 터진다. 파티 풍선 안에 들어있는 컨페티가 뿌려질 땐 예쁘지만 그 잔해는 처리하기 어려운 것처럼, 오늘의 맛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다시 이전에 먹었던 매실 유과를 주문해야지. 괜찮아, 잔해는 쓸어내고 그 위에 다시 풍선을 달면 되니까. 남은 유과는 다음의 맛을 더 증폭시켜줄 테니까. 괜찮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