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제육볶음과 계란국
2020년 10월 5일, 오후 12시 54분
결국 오고야 말았다, 연휴의 끝이. 연휴를 붙들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지새운 새벽은 눈꺼풀을 무겁게 짓눌렀다. 겨우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잠을 내쫓고, 노래를 크게 틀고서 출근 준비를 하는 몸이 생각보다 가볍다. 동생이 사다준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으로 몸을 마저 깨우고, 일터로 떠나기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우리 집의 제육볶음은 국물이 자작하게 있고, 조금은 달큼한 맛이 나는 양념을 잔뜩 머금고, 고추장 불고기가 되려다 만 식감을 가진 고기로 채워져 있다. 푹 절어있는 양파와 퍼석한 고기를 함께 밥 위에 올린 후, 국물을 조금 떠서 함께 비벼 입에 넣는다. 얇은 앞다리살 고기는 쉽게 부서지고 포만감을 가져다준다.
엄마가 자랑하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함께 써서 개운하면서 달큼하고 진한, 내 입맛을 저격한 양념에 입 안이 얼얼할 무렵에 담백하고 짭조름한 계란 국물로 입을 헹궈준다. 엄마가 어제 한 번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 상추 겉절이도 이따금 얹어 먹는다. 화려함과 심심함의 변주. 이게 연휴와 작별하는 맛이라면 몇 번쯤 더 겪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신발을 신는다.
빵빵한 배를 두드리며 일하러 가는 길, 맨투맨을 입었는데도 느껴지는 찬 바람이 제법 매섭다. 연휴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태워 보낸다. 언제 쉬었냐는 듯 지난 화요일에 바로 이어지는 일상. 앞으로 내게 남은 건 더없이 바쁜 시간들. 작별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관문이지. 다음 휴일을 만날 때까지 잠시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