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조각내기

오늘의 한 끼_치킨가스

by 여느진

2020년 9월 29일, 오후 6시 50분

전 날 밤의 할 일이 오늘 새벽 6시까지 넘어왔다. 중간중간 좋아하는 연예인의 영상도 보고,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도 보고. 시간을 열심히 낭비했다. 하루만 더 지나면 연휴라는 사실이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짧은 잠 끝에 내게 남은 건 농도 짙은 피로. 일주일의 피로가 켜켜이 묵은 금요일 같은 화요일. 울컥울컥 치솟는 감정의 분수와 함께 한가한 듯 지친 하루를 끝내고, 긴 연휴 무탈하게 보내고 다시 만나길 기약하며 나선 저녁길. 빈 시간을 메우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숨겨진 길을 찾아 걸었다.

그러다 발견한 돈가스집. 마침 고픈 배에 들어가 치킨가스를 주문했다. 돈가스가 아닌 치킨가스를 시킨 이유는 단순히 가장 먼저 보인 이름이라서.

어릴 적, 아빠는 늘 돈가스를 직접 하나하나 다 잘라주었다. 덕분에 나는 아주 늦은 고등학생 때서야 직접 돈가스를 자를 줄 알게 됐다. 아빠의 애정으로 들인 습관 때문일까, 아직도 나는 처음에 돈가스를 모두 잘라놓고 먹는다. 조각조각 하나씩 자르며 그때에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잘랐을까 추측해본다.

아빠는 딸에 대한 애정을 먹기 좋게 소분했겠지. 그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길 원하며. 지금의 내가 하루의 피로를 소화하기 좋게 자르는 것처럼.

돼지고기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닭고기가 바삭한 튀김옷으로 뒤덮여 익숙한 돈가스 소스를 입고 입 안에서 파사삭 부서진다. 새큼한 머스터드 소스를 입은 조각도 입에 넣는다. 강한 소스 맛에 입 안이 얼얼할 때쯤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어 시큼한 맛이 나는 양배추 샐러드를 입에 욱여넣는다. 마요네즈에 버무려진 마카로니 샐러드도 이따금씩 넣어준다. 모두가 피로를 산산조각 내는 과정. 주말의 전채가 바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