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음료_식혜
2020년 10월 2일, 오후 5시 26분
식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역시 찜질방. 찜질방에서 마시는 식혜는 왜인지 다른 장소, 다른 상황에서보다 맛이 몇 배로 느껴진다. 뜨끈한 바닥 위에서 살얼음이 위에 살짝 얹힌 음료란 이질적인 매력이다.
예정되어있던 일정들이 변동과 변동을 겪으며 사라지고 결국 오늘 내 종착지는 침대 위. 뚜렷한 특징 없는 하루가 침대 위에서 뜨고 저물었다. 갑자기 생각난 식혜를 잠시 외출한 동생에게 부탁했고, 얼음을 담아 들이켰다.
어렸을 적엔 집에서 엄마가 종종 식혜를 만들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 맛이 희미해졌지만, 잔뜩 만든 식혜가 있으면 괜히 마음이 든든했던 기억이 있다. 시장에서 사 먹는 식혜, 마트에서 사 먹는 식혜, 찜질방에서 사 먹는 식혜. 모든 식혜가 재료는 비슷할 텐데 그 단 맛의 강도나 느껴지는 밥알의 질감 같은 것이 다 달라서 신기하다. 그리고 이 애매한 단 맛이 주기적으로 생각난다. 오늘처럼.
식혜에서 나는 애매한 단맛이 마음을 달래줄 때가 있다. 자극적이고 강한 맛과 음료가 일상인 요즘, 심심한 단맛이 생각나는 건 너무 수많은 것들에 치여서 그런 걸까. 유독 멍이 잘 드는 피부를 가진 내가 때아닌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너무 작은 것에서 쉽게 아파해서일 테다.
꽤 오랜 시간을 엿기름을 우려낸 물에 삭혀 이내 쭈글쭈글해져 버리는 밥알들. 그가 뱉어낸 시간들에 설탕이 만나 적당히 단 위로 같은 맛이 된다. 저 밑에 가라앉으며 밥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뱉어낸 건 지난 세월이었을까 아니면 제 처지에 대한 회한이었을까. 가만히 침대에 누워 연휴 같지 않은 연휴를 삭혀낸다. 이 시간이 모두 지나고 내가 우려낸 하루는 식혜처럼 은은하게 단 맛이 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