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씁쓸한 끝 맛

오늘의 음료_달고나 카페라테

by 여느진

2020년 10월 4일, 오후 5시 2분


방학처럼 주어진 연휴가 끝나간다. 눈감았다 뜨면 다시 강제로 집 밖에 나가야 한다. 하릴없이 침대에서 시간을 죽이던 내 하루의 배경이 일터로 바뀌겠지. 내 예감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아마 택시를 타고 출근할지도 모른다.


원래도 커피를 좋아하지만, 오늘따라 더더욱 커피가 당긴다. 일어나자마자 들이킨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모두 비우고, 또 달고나 카페라테를 마시기로 마음먹었다. 먹고 나면 카페인의 후유증과 쓰린 속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만, 연휴의 마지막을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은 내 발악이었다.


달고나 특유의 쓰고 단 맛을 좋아한다. 지금은 잘 못 먹지만 달고나를 몇 봉지 사서 우적우적 씹어먹기를 즐기던 때도 있다. 설탕과 소다, 오로지 단 둘이 만나 부풀어 단단하면서 파사삭 부서지는 식감을 만들어내는 게 신기해서 직접 만들어 보려고 설치다 국자를 못쓰게 만든 적도 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시럽과 다른 맛이 가미되어야만 먹을 수 있다. 쓴 맛을 오롯이 좋아하기엔 아직 단 맛에 더 많은 매력을 느낀다. 카페라테도 마찬가지. 유당불내증이 있어 웬만한 카페라테는 먹으면 배가 탈 나고, 우유의 고소함이 가미되었지만 여전히 씁쓸하게 느껴지는 특유의 맛에 적응을 못했다. 하지만 우유와 커피를 섞고,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특유의 부드럽고 든든한 맛이 좋아서 꼭 시럽을 넣어서라도 자주 찾는다. 비록 먹고 난 후에 찾아오는 꾸르륵 거리는 배는 달갑지 않지만.


달고나 커피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 내가 빠졌던 건 진짜 달고나가 위에 올라간 카페라테였다. 달고나가 서서히 카페라테에 녹아들며 점점 달아지는 매력이 좋아서. 예전에 즐겨 먹던 달고나가 올려진 자체로도 즐거웠다. 처음엔 쓴 맛이 느껴지다 차차 달콤해지며 결국 설탕을 잔뜩 넣은 것 같은 맛으로 마무리되는 변화도 재밌고.


연휴는 시작은 달콤한데 끝이 몹시 쓰다. 이런 맛일 줄 알면서도 단 맛을 입 안에 잔뜩 머금다가 끝내 후회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분명 연휴가 시작될 때 세워둔 계획들이 많았는데, 끝나가는 지금 스케줄러에 꼬박꼬박 체크된 건 영양제와 도라지청 챙겨 먹기 뿐. 좀 더 알차게 보내볼 걸 후회도 들지만, 내일부터 한동안 바빠질 나를 위하면 이게 더 나은 것 같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보낸다. 내 현실과 역설적으로 달달하게 끝나가는 카페라테를 모두 비우고, 예상대로 쓰린 속을 부여잡는다. 이게 연휴의 맛이지, 얼음이 녹아 자잘한 조각이 덜그럭 거리는 잔을 괜히 흔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