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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느 한끼

밋밋해서 다행이야

오늘의 한 끼_베이컨 토스트

by 여느진

2020년 10월 8일, 오전 11시 22분

어제 퇴근하면서 홀린 듯 빵집에 들어갔다. 버터가 미리 발라져 있어 굽기만 하면 되는 식빵과 초콜릿이 묻은 빵 몇 개를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내일은 꼭 토스트를 먹어야지 다짐하면서. 달걀, 베이컨, 치즈 그리고 케첩까지 모두 아낌없이 넣은 토스트를. 내가 해도 되지만 좀 더 맛있게 먹고 싶은 욕심에 엄마에게 자기 전 부탁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먹은 건 치즈도 빠져있고 케첩도 빠져있는 토스트. 기대와 다른 토스트에 살짝 실망하며 빵 위로 케첩을 뿌렸다. 나를 위해 조각나 있는 밋밋한 토스트 사이에 감자볶음을 넣어 먹기도 하며 평소보다 여유 있게 식사가 끝났다.

토스트의 밋밋함은 다른 변주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줬다. 사실 들어가지 못한 치즈는 생각나지 않을 만큼 토스트 사이에 넣어 먹은 감자볶음이 맛있었고, 빵 위에 뿌려서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새콤함이 괜찮았다. 예상대로 됐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느낄 수 있었던 다른 토스트의 맛. 사실 심심함은 다름이 가장 돋보이는 배경이니까.

바쁘고 지치고 비슷하게 굴러가는 하루들. 지금 내가 느끼는 밋밋함은 더 먼 미래의 변화를 위한 배경지일까. 유독 무채색만 가득한 옷을 입은 오늘, 내일은 오늘보다는 내가 가진 색이 다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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