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다과_오레오 케이크와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
2020년 10월 9일, 오후 12시 33분
다시 찾아온 휴일. 평소 알람이 울리는 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떠진 눈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무거운 몸과 반대로 또렷한 정신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원래였으면 출근했을 오늘, 생체 시계가 오작동을 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좋아 나쁘지 않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한창 이사 얘기가 돌았을 때 혹시나 싶어 가지고 있는 앨범의 개수를 줄이고자 좋은 마음으로 무료 나눔을 한 적이 있다. 중고로 팔 수도 있었지만,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나누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무료 나눔을 해야겠다 마음먹은 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기념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몇 사람에게 앨범을 보내고, 이 기회를 핑계로 다시금 가지고 있는 앨범을 들춰도 보고 했다. 비록 택배를 보내다 출근 시간을 놓쳐 택시를 타긴 했지만, 좋은 일 했으니 언젠가 좋은 일 생기겠지 싶어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앨범을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내게 케이크 기프티콘을 선물해주었다. 헤헤거리며 웃고 언젠가 써야지 했다가 잊혔다.
어제 퇴근길에 기프티콘의 유효기간이 내일까지니까 잊지 말고 쓰라고 알려주는 연락이 왔다. 자칫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구태여 알려주는 친절함이 고마워 하루 중에 미소 짓는 시간이 생길 수 있었다. 커피 사다 줄까 물어오는 동생에게 부탁해 기간 내에 무사히 맛보게 됐다.
바삭한 오레오가 케이크 위에 올라가면 눅눅함을 머금는다. 그리고 난 그 식감이 좋다. 조금 느끼할 수 있는 하얀 생크림과 눅눅한 쿠키의 조화는 말할 필요가 없다. 초코 시트는 두툼한 크림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달큼함에 입이 가득 찼을 때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셔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수제 약과와 고구마 빵까지 꺼내 조금은 시끌벅쩍한 다과를 즐겼다.
내가 그냥 앨범을 팔았다면 통장은 행복했겠지만, 오늘 느낀 휴일의 달큼함은 없었겠지. 대가를 바라지 않은 마음이 맛으로 치환된다면 이런 맛일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몇 개 보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트랙 비디오도 보고. 커피를 한 잔 더 비웠다가 빙홍차를 마시고. 찬 바람과 햇빛이 섞여 있는 계절의 순간에 누워 나른하게 보낸 한글날. 생각해보면 오늘도 세종대왕님의 따스한 마음이 만든 날이네. 참 따스하고 달큼한 금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