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갈치조림과 조기구이
2020년 10월 16일, 오후 9시 35분
오늘 내 모습을 되짚어 보면 뛰고 있는 장면이 쉽게 걸린다. 중고거래를 위해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신발끈이 다 풀려 묶다가 시간이 빠듯해져 엄청 뛰었다. 지하철 문에 반사되어 비친 내 이마에 땀방울이 선명하게 맺혀있을 만큼 열심히. 기분 좋은 거래를 마친 후, 들뜬 마음으로 출근하는 길. 버스 어플이 알려주는 대기 시간이 촉박하다. 결국 또 열심히 달렸다. 출근해서도 정신없이 여기 뛰어다니고, 저리 뛰어다니고.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기 직전 횡단보도에서도 뛰었고. 뛰고, 뛰고.
지옥같이 바쁜 하루가 예정되어 있는 내일을 그리며 도착한 집. 괜히 엄마에게 맥주 마시고 싶다고 칭얼거렸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뭐 하고 있냐 물어보니 갈치조림을 하고 있다고 답한다. 조기도 구워주겠다고 말한다. 내 몰골이 안쓰러웠는지 맥주도 사다 주겠다고 말한다. 조금의 귀찮음도 없는 그 말투에 하루 종일 뛰면서 잔뜩 굳어있던 마음이 녹았다. 출근 전에 고등학교 동창의 이틀 동안 2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SNS를 보고 안쓰러워 피로 해소 음료를 보내주었는데, 사소한 것인데도 정말 좋아해 줘서 내가 도리어 기뻤다. 사소한 데서 오는 감동이 더 크다고 말했던 그 친구의 답장이 새삼 떠올랐다.
사실 내게 생선은 같이 먹는 사람의 애정이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식재료다. 당연하듯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족이 내 생선을 발라줘 왔다. 다 크고 배우려니 쉽지 않았다. 혼자서 굳이 먹으려면 먹을 순 있지만, 거의 파먹듯 살을 도굴해 먹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식사자리에서 생선 메뉴는 피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익숙하게 살을 발라 내 그릇에 올려주는 주변인의 모습이 담겨야만 온전해진다.
매콤하고 달큼한 양념을 머금은 무를 흰 밥 위에 올려 먹는다. 엄마가 조용히 발라서 올려둔 갈치와 조기의 짭조름하고 담백한 살점을 한 번에 왕창 입 안에 넣는다. 흐물한 무를 으깨 비빈 밥을 김에 싸 먹기도 한다. 중간중간 레몬맛 맥주를 들이켜기도 한다. 가시 하나 없이 매끈하게 넘어가는 숟가락 위 밥알과 살점들이 편안하다.
집에 와 들이킨 애정으로 하루 사이에 박혀있던 고단한 가시가 사라졌다. 커피를 다시 타 와 노트북에 앉았지만, 그래도 조금, 웃을 수 있다.